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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사드에 무너져도 “살 길은 있다”
2017-09-22 19:42 뉴스A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사드 여파에 따른 각종 단속과 영업방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사드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 삼아 경쟁력을 다시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더 깊은뉴스! 김유림 기자가 중국 현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년 넘 산둥성에서 한국 농산물을 수입, 판매해 온 50대 사업가 A씨.

최근 공장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중국 환경보호국의 불시 단속에 적발된 겁니다.

[A씨 / 농산물 가공 업체 소유자]
"환경보호국인가 거기서 나왔더라고요. 정복 입고. 밤중 안으로 이 물건을 다 빼라는 거야. 창고를 못 쓰게끔 다 봉해버리고. 수도를 끊어버렸다고."

중국은 다음 달 열리는 당대회를 앞두고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을 가리지 않고 환경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2013년 세운 대기오염 방지 5개년 계획 완료를 석달 앞둔 상황이어서 특별 단속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김유림 기자/ 중국 칭다오]
"중국 전역에는 이렇게 QR코드만 대면 바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유자전거가 인기입니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환경 오염과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영세한 제조업체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 황민철 / 청도 한국중소상공인지회장]
" 이번에 환경검사 나오면서 새로 원래 이 자리가 폐유 자리인데 저희가 폐유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를 해서. "

이런 상황에서 사드사태는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습니다.

중국 사이트를 통해 한국 소설을 판매하던 이 업체는 최근 콘텐츠가 삭제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문화 콘텐츠 제공 업체 대표]
"이게 큐큐 만화라고 중국의 대표적인 만화 플랫폼이에요.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는데 사드의 영향이 있다고 바로 다 내려진 거에요."

거래처로부터 주거래 은행을 한국에서 중국은행으로 바꾸라는 통보를 받은 업체도 있습니다.

[한국 무역 업체 대표]
"사드 때문에 우리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하기 위해 중국 ○○은행으로 바꾼다고. 이제 한국 △△은행은 안 쓰고."

한국 프랜차이즈 식당은 반 년 새 매출이 반토막 났고 한국을 오가던 보따리상도 사라졌습니다.

지난 3월 이후부터 올해 말까지 중국 내 한국 기업의 피해 규모가 8조 5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형덕 /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중국 전문가)]
"중국 합작 기업의 경우 대부분 은행 자금으로 기업을 설립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부터 영향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 정부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되도록 국적을 숨기고 있습니다.

[김유림 기자/ 중국 칭다오]
"중국 칭다오의 가방 제조 공장입니다. 태극기 등 한국을 상징하는 것은 전혀 없는데요. 일부 업체는 아예 중국 사람으로 사장을 바꿔서 영업하고 있습니다."

한국 농산물 수입 판매업자인 A씨는 사업 철수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A씨 / 농산물 가공 업체 소유자]
"재고 부분을 던지든지 방법을 찾아야 하고. 문 닫고 떠나야 한다는 소리야."

그러나 중국 철수는 더 어렵습니다.

기업을 청산하려면 설립 당시 받았던 세무 조사 면제와 세금 감면 혜택 만큼 금액을 모두 반환해야 하고 직원 퇴직금도 원래의 2배 가량 줘야합니다.

[한국 제조 업체 대표]
"야반도주 할 수 밖에 없는 게 들어올 때 특혜받은 거 세금 감면 받았잖아. 청산할 때 내놔야 돼요. 감당이 안 되는 거야.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사드 탓만은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유럽이나 일본에 미치지 못하는 샌드위치 상태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겁니다.

[북경 현대차 납품 업체 직원]
"결정타를 맞고 탁 쓰러지면 모든 논리를 마지막에 맞은 걸로 원인을 대잖아요. 중국 자동차가 10만 위안 대거든요 같은 종류의 현대차는 거의 20만 위안. 두 배 비싸요. "

중국 업체를 무시하며 방심한 것도 화를 키웠습니다.

[북경 현대차 납품 업체 직원]
"우리가 참 무시를 잘해요. 중국법 무시, 중국 사람 무시, 중국 시장 무시. 3무를 통해 엄청나게 거만해졌죠. 앞으로 100년은 중국이 지배한다고."

지금의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 현지의 한국식품 매출 규모 2위인 이 업체는 최근 대형마트 매출이 90% 이상 줄었습니다.

그러나 판매망을 늘리기 위해 오히려 투자를 확대했습니다.

[곽동민 / 해지촌 대표]
"기본기가 돼있지 않은 회사들은 쓰러질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는 중국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시장, 틈새나 곳곳에 저희가 다 제품을 집어 넣는다…"

전문가들은 센카쿠 열도 문제로 존폐기로에 섰던 중국내 일본업체들의 사례를 교훈삼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 이철용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그 이후에 경쟁력을 강화해서 지금 우리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우리가 차지한 시장점유율을 일본 기업들이 만회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도 일본 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끊임 없는 기술개발과 경쟁력 확보만이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생존을 보장해 준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연출 김지희
구성 이소연
그래픽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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