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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노인 체험 해보니…“마음같지 않네요”
2017-10-12 19:57 사회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잘 따라오지 않는다. 주변 어르신이 흔히 하는 말씀이죠,

젊은 사람은 결코 상상할 수도 없다는 노년의 삶을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유승진 기자의 더하는 뉴습니다.

[리포트]
올해 여든 한 살인 이상남 씨.

몇년 전 무릎 수술까지 받아 이젠 일어서기도 버겁습니다.

[이상남 / 서울 은평구]
"젊어서는 그럴 줄 몰랐는데. 늙어보니까 몸이 말을 안 들어. 마음은 청춘인데…"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라는 노년의 삶은 어떤 건지 궁금했습니다.

팔꿈치와 등, 무릎을 밴드로 고정하고, 손과 다리엔 모래 주머니를 달았습니다.

시야를 좁게 만들어주는 안경까지 쓰면 영락없는 여든 살 노인 몸이 됩니다.

첫 걸음부터 저절로 엉거주춤, 한번에 일어나기는커녕 몸 가누는 것 조차 힘에 부칩니다.

[현장음]
"아이구..."

[유승진 기자]
"이렇게 체험관에서 짧게 체험을 했는데도 벌써 온몸이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아주 힘듭니다. 그럼 실생활에서는 얼마나 더 힘들지 제가 직접 한번 체험해보겠습니다."

평소 가볍게 오가던 산책길.

관절이 말을 듣지 않아 금세 고꾸라지고,

계단에선 넘어지기 일쑵니다.

[현장음]
(실제로 그러세요?)
"뻗치지도 못하고, 걸을 때도 다리가 딱 벌어지잖아."

까마득한 지하철 계단, 말을 듣지 않는 무릎 탓에 덜컥 겁부터 납니다.

[유승진 기자]
"어우~ 어우~"

내려오는 데만 2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좁고 뿌연 시야 탓에 노선도는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유승진 기자]
"어어우, 잠시만요"

겨우 올라탄 열차. 불과 15분 간 서있는데도 다리는 내내 후들거립니다.

사람을 비집고 나와 또 다시 마주한 계단.

[유승진 기자]
"아 또 계단 아. 계단 너무 많은거 아닙니까, 인간적으로 진짜."

"아휴, 다왔다."

택배 찾기와 냉장고 정리. 설거지와 빨래, 세수까지 집에서도 쉬운 일이 거의 없습니다.

장을 보러 마트로 가는 길.

건널목을 건너다 결국 신호에 걸려 중간에 갇히고 맙니다.

시야가 좁아진 탓에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차도 보이질 않고 경적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평소 16초면 건넜을 건널목을 노인의 몸으로 건넜을 때는 32초.

2배 이상이 더 걸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마트, 높은 선반에 놓인 물건은 집기 어렵고 깨알 같은 글씨와 숫자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보이지 않습니다.

[김양호 / 서울 강서구]
"글씨를 좀 굵은 글씨로 해줬으면 좋겠어요."

노인들의 입장이 돼보기 위해, 노인대학 댄스 교실에 입학해 봤습니다.

[현장음]
"체험을 하시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다보면 신체적 제약도 어느덧 잊게됩니다.

[현장음]
"그냥 여기 (회원)해도 되겠네"

[현장음]
"노인네들 심정을 알겠네 이제."

어르신들과의 대화에도 진정성이 생겼습니다.

[유승진 기자]
"어머니 너무 잘하시는데요?"
"하하하"

[함윤숙 / 서울 관악구]
"자식들도 몰라. 늙으면 이렇게 힘드니까 젊었을 때 하고 싶은거 다 하라고."

[박봉선 / 서울 영등포구]
"제일 나이 들고 힘든 건 집에 혼자 앉아 있을 때 외로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 노인들을 위한 보다 섬세한 배려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상남 씨] 
"한 평생을 허덕이면서 나의 인생이 무엇인고. 이 세상을 험벙덤벙 허무하게도 살아왔네."

채널A 뉴스, 유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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