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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6·25 전사자…20년 동안 가족만 몰랐다
2018-01-08 11:21 뉴스A 라이브

[리포트]
생사 불명이란 이유로 행방불명자로 남은 6.25 참전 군인 1만 8천여 명. 정부는 이들의 참전 공훈을 위해 20년 전 전사자로 일괄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족들만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배영진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질문1]20년 넘게 몰랐다는게 이해가 잘 안되는데요. 어떻게 해서 밝혀진 건가요?

네, 밝혀진 계기를 살펴보면요,. 정말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합니다.

취재진이 만났던 남봉수 씨는 아버지가 6.25 전쟁 당시 징집됐다 연락이 끊긴 이후 60년 가까이 생사를 알지 못한채 살아왔는데요.

그런데 7년 전 어버이날. 아버지 생각에 방문한 전쟁 기념관에서 우연히 아버지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다름아닌 전사자 명단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아버지가 전사자 처리가 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된 겁니다.

[질문2]평생 아버지가 행방불명자인줄 알았는데 전사자가 돼 있었다는 건가요?

네, 아들 남봉수 씨는 지난 60년 간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고 살아왔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까지 잃고 천생 고아로 살아왔던 남씨 입장에선 그동안의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남봉수 / 6.25 전사자 유족]
“전사 통지서를 가지고 우리 어머니 산소 가서 드리고 저도 많이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우리 아버지 찾아 다니다가 결국 화병, 폐병 걸려서 돌아가셨고..."

[질문3]그런데 어떻게 행방불명자에서 전사자 처리가 됐는데 어떻게 가족이 모를 수 있는 건가요?

6.25에 참전했다 행방불명된 병사는 만 8천여 명으로 집계되는데요. 6.25 이후 40여 년이 지난 1998년 2월, 국방부는 이 행방불명자들을 모두 전사자로 모신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14일 전사자로 공식 인정이 됐습니다.

[육군본부 관계자]
“98년도에 국방부 지침 내려와서 육군본부에서 심의하고 인사명령까지는 발령하고 다 배부를 했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결정이 병무청으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후손들에게 '아버지가 전사 처리됐다'는 내용이 통보되지 않은 겁니다.

[병무청 관계자]
"(전사 통보는) 없죠 거의. 아주 가끔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기억하기엔 잘 없어요.”

[질문4]정부가 전사 결정을 내린 것도 모르고 전사 처리를 촉구하는 운동까지 한 유족들도 있다면서요?

네, 역시 이번 취재과정에서 만나봤는데요.

울산에 살고 있는 이영호씨는 6.25 전쟁 행방불명자로 분류된 삼촌의 전사처리를 요구하며 최근까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취재진이 20년 전 서류를 보여주며 이미 삼촌이 전사 처리 됐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영호 / 6.25 행방불명자 유족]
“이게 나라인가 싶고, 군대에 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데 이것이 현실에서 참 딱하고 안타까워서 분통이 터졌습니다."

[질문 5]행방 불명이나, 전사나 비슷한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고요?

6.25 전사자들은 국가 유공자로 예우를 받게 되는데요. 국가 유공자의 유가족으로 인정되면, 배우자는 매달 134만 원, 자녀는 118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계자녀들은 대학 때까지의 수업료 일부 면제는 물론, 취업 때 가산점을 받고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사 소식을 듣지 못한 행방불명자 가족들의 상당수는 빈곤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만약 20년 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들을 찾았다면 가족들의 삶은 한결 달라졌을 것입니다.

보도가 나간 후 자신의 부친이 6.25 행방불명자라는 연락이 쇄도했는데요. 젊은 날 나라를 위해 희생했지만 정작 국가는 아무것도 해준게 없다는 원망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이제라도 정부가 6.25 행방불명자 가족을 찾기 위한 전수 조사는 물론,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게 시급합니다.

네, 지금까지 정책사회부 배영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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