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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고령화의 무거운 그림자 ‘노노간병’
2018-01-22 11:17 뉴스A 라이브

'노노간병'이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80대 남편이 아내를 돌보고 70대 자녀가 90대 부모를 간병하는 '노노간병'이 우리 사회에서도 흔한 일이 됐습니다.

이서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노노간병 문제,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면서요?

현재 노인 1명당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앓기 때문에 간병을 해야하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자녀들은 맞벌이에 신경을 써야하다보니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간병'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박 할아버지와 7년 째 간병하고 있는 홍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할아버지가 혼자서 몸을 가눌 수 없어서 할머니가 스물네시간 옆에서 간병을 해야 합니다.

두 분 모두 대단히 지쳐 계셨습니다.

[박영호 (가명, 72) / 파킨슨병 투병 중]
"(맨날 울어요 맨날) 세상사는 게 서러워가지고"

[홍영자 (가명, 70세) / 박영호 할아버지 부인]
"자식들 없고 마음대로 한다면 '그만 우리 갑시다. 다음 생에는 어떤가 거기 한 번 갑시다' 그 마음이에요"

[질문] 간병이 너무 힘들다보니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요?

경기도 안성에선 60대 아들이 치매에 걸린 80대 노모를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안성경찰서 관계자]
"어머니가 치매가 있으신데 그날 들어와 가지고 대변을 보신 것 같아서 옷을 갈아입힐려고 그랬는데 어머니가 안 갈아입는다 그래서 폭행을 했다 그러더라고요."

10년 간 치매 부인을 돌보던 70대 남편이 자신도 치매에 걸린 것 같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고된 간병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급기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질문] 간병 도우미 같은 나라 지원을 좀 받으면 되지 않나요?

네, 우리나라는 하루 서너시간 간병 도우미를 집으로 보내주거나 낮시간 동안 보호 센터에서 환자들을 맡는 장기요양보험제도를 10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혜택을 받는 경우가 전체 노인인구의 7.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제가 만나본 박 할머니의 경우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채 10년 넘게 치매로 고생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정작 국가에서 요양등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자원봉사자]
"도우미 파견이 안돼요. 이 정도면 상태가 좋다고 보니까."

[자원봉사자]
"안 되더라니까요. 신청을 해봐도 안돼."

[질문] 그럼 앞에서 본 박영호 할아버지도 혜택을 못 보고 계셨나요?

네, 박영호 할아버지와 주민센터를 찾아가봤습니다.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에 지원되는 안마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3년째 대기상태였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3년 정도 기다리셨다고?) 그게 왜 그러냐면… 대기자를 기존에 했던 분들이 아무래도 우선적으로 하시잖아요."

[질문] 왜 이렇게 극소수만 나라 지원을 받는 거죠?

재정적인 한계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워낙 신청자가 많다보니 혜택에서 제외되거나 마냥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생겨나는 겁니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장기요양보험의 혜택도 넓히겠다고 했지만 재원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다보니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노노 간병의 책임을 더 이상 가족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녹취] 임춘식 /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국가가 나서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국가에서 외로운 노인들, 빈곤한 노인들 도와주는 건 품어야 할 정치적 이념이다. 이렇게 봅니다."

지금의 57세가 노인이 되는 2026년부터 우리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되는데요.

좀 더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서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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