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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검찰과 경찰 ‘고래고기 싸움’ 왜?
2018-01-22 19:55 사회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30억원 어치의 장물을 검찰이 고스란히 피의자에게 돌려주자, 경찰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울산에서 일어난 '고래 고기 다툼'인데요. 이면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놓여있었습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200년 전부터 고래 사냥으로 유명했던 울산의 장생포.

장생포의 포경업은 32년 전에 금지됐지만, 고래 고깃집은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우연히 그물에 걸린 고래는 사고팔 수 있다"는 예외 규정 때문입니다.

[울산 ○○ 고래 고깃집 주인]
생고기고요, 생고기는 기름장에 찍어서 김치랑 같이 싸드시면 되고요.

한 마리에 수억 원이 넘어 '바다의 로또'라 불리는 밍크 고래.

그물에 걸린 고래는 맛이 없다며, 업자들은 암암리에 불법 포획을 일삼습니다.

[고래고기 유통 업자]
"고래도 억수로 많을 건데 좀 잡아내도 안되나?"

평범해보이는 시골집.

하지만 이곳은 불법으로 사냥한 밍크 고래를 해체하는 비밀 창고입니다.

현장을 급습한 경찰은 시가 40억 원에 이르는 고래 고기 27톤을 압수하고 관련자 4명을 구속했습니다.

그런데 한달 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압수된 고기 중 6톤만 재판에 회부했습니다.

나머지 21톤은 불법포획을 한 증거가 없다며 유통업자들에게 돌려줬습니다.

무려 시가 30억 원 어치입니다.

그렇다면 검찰이 돌려준 21톤은 합법적인 고기로 볼 수 있을까?

기자는 업자 측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한 고래 고기 유통 증명서들을 입수했습니다.

문제의 고기 21톤은 수협에서 정상적으로 사들였다는 걸 뒷받침한다는 서류들,

그런데 이곳저곳에 헛점이 보입니다.

밍크 고래 뿐 아니라 긴부리참돌고래, 돌고래 등 전혀 다른 고래 유통 증명서가 많았고, 구입 연도도 대부분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업자들의 신청을 받은 지 닷새 만에 문제의 고기 21톤을 돌려줬습니다.

[김봉기 /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경찰이 (돌려주면) 안 된다고 하니까 변호사 사무실로 지휘서를 바로 넣었어요. 공무원 입회 없이 피의자들이 임의로 가져갔어요. 돌려줘선 안 되는 물건도 있는데 상관 없이."

지난해 9월 한 고래 보호 시민단체는 이런 결정을 내린 울산지검의 A검사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조약골 /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고래 문제를 담당한 검사가 자기 직무를 1년 이상 했다면 법 전문가 아니에요?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할 검사의 직분을 무시한 거죠."

하지만 A 검사에 대한 경찰 조사는 검찰에 의해 번번이 묵살됐습니다.

A 검사는 경찰의 수사를 회피하다, 지난 연말 해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변동기 /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
"A 검사한테 수 회에 걸쳐 전화를 해도 전화를 안 받습니다. (울산지검) 사무실 찾아가서 만나보려고 해도 만남을 거부해서 결국 만나질 못 했습니다."

울산지검은 "법이 허용하는 안에서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

하지, A 검사가 경찰 조사를 받도록 강요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기자는 해외에 머물고있는 A 검사에게 SNS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경찰이 주목하는 또 다른 핵심 용의자는 고래 유통업자를 변호했던 한 모 변호사.

2013년까지 울산지검에서 해양, 환경 수사를 담당한 이른바 '전관 변호사'입니다.

한 변호사는 업자로부터 2억 원을 수임료로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습니다.

[한○○ / 변호사]
"(A검사랑 알고 계시는 사이인가요?) 죄송합니다 제가 말씀 드릴 게 없어요"

경찰은 유통업자의 돈으로 한 변호사가 로비를 했을 것으로 의심하지만, 한 변호사는 자신도 속았다며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 측 관계자]
"(증명서) 진위를 수사기관에서 판단할 일이고 변호사가 그걸 어떻게 하나하나 다 확인합니까."

경찰은 한 변호사의 계좌와 통화 내역, 휴대폰을 압수 수색하겠다고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상당수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울산경찰청의 황운하 청장은 검경 수사권 분리의 경찰 측 전도사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황운하 / 울산지방경찰청장]
"불법 비리, 부패 비리를 파헤치려는 경찰과 그에 협조하지 않은 검찰을 어떻게 동등한 입장에서 공방으로 다를 수 있느냐는 거죠."

그러나 검찰 고위 관계자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고래고기를 적법하게 돌려줬을 뿐이고

오히려 경찰이 이번 사건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여론전에 이용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밍크 고래 21톤의 성격이 어떻게 판가름나느냐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희비는 엇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30억원 어치 고래 고기를 둘러싼 진실 규명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채널 A 뉴스 김유림입니다.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연출 이민경
글 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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