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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내가 웃는게 아니야”…속으로 우는 감정노동자
2018-02-08 19:59 뉴스A

우리나라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은 감정 노동자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으론 눈물짓게 되는 감정노동자의 일과 삶. 김예지 기자가 콜센터에서 사흘 동안 경험해 봤습니다.

[리포트]
"항의 전화를 200번 넘게 거는 바람에 콜 센터 직원이 정신을 잃기도 했습니다. "

"콜 센터에서 현장 실습을 하던 고3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욕설 녹취록]
"야이 XXXXX. 내일 잡으러 갈거야."

"돌대가리같은 X야... 바꿔달라고 얘기한 지가 몇 번이야"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욕설과 폭언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콜센터 근로자들.

극심한 스트레스에 자살 충동이 일반 직장인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입니다.

콜센터 근로자들의 마음 고생은 얼마나 심각할까. 직접 콜센터 직원이 돼 전화를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업무 투입 전 받는 입문 교육, 발성부터 인사하는 법까지 하나하나 익혀야 합니다.

"확인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악성 민원인을 다루는 법도 배웁니다.

[현장음]
"욕설을 하면 어떻게 해요?"
"계속 욕설을 하시면 상담이 종료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요..."

이틀 간 교육을 받은 뒤 시작한 첫 근무.

[김예지 기자]
"지금부터 제가 직접 콜 센터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보겠습니다."

어떤 전화가 걸려올까. 손은 마구 떨리고, 입은 바짝 마릅니다.

"손에 땀이 너무 나는데요."

마침내. 처음 걸려온 전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경기도지사, 남경필 사무실이에요? 도지사랑 통화하고 싶어요.

(어떤 내용으로..)
어떤 내용이든 뭐든 상관이 있습니까. 여보세요!!

[현장음]
"아 어떡해"

첫 전화 한 통에, 벌써부터 진이 빠집니다. 결국 몇 통의 전화를 더 받은 뒤 상담석을 빠져나왔습니다.

[이펙트] 우와, 얼굴 너무 뜨겁고...
(입시 시험 보다 더 떨리죠?)
네, 면접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아요.

이 곳에서 5년 넘게 일했다는 베테랑 상담사도 상담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건 마찬가집니다.

[현장음]
"얼굴 좀 식힐게요. 나쁜 말로 하면 저도 진짜 욕하고 싶죠."

"자정이 다 돼가는 시각인데요.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민원에 콜 센터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밤중의 불청객, 바로 성희롱 전화들입니다.

[성희롱 녹취]
"예쁘장한 그 여자가 필요한거지. XXXXXX"

[상담사 인터뷰]
계속 전화를 끊어도 또 전화해서 성희롱 하는 분이 있어요. 하루 일과가 그 분 전화 받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안마와 게임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보지만, 뇌리에 새겨진 폭언은 좀처럼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상담사 인터뷰]
"그렇게 일할거면 왜 거기에 앉아있냐고 하더라고요."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파다하고,

[상담사]
"하혈이 심하게 나오더라고요. 유산의 경험을 겪을 뻔 했는데 애기야 미안하다고 얘기하죠."

견디다 못해 그만두는 직원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상담사]
"우울증 약을 먹는 경우가 많아요.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면 또 다운되고. 그렇게 세 분 정도 퇴사를..."

[윤진하 /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고객과 근로자의 문제가 아닌 고객 폭력 수준의 감정노동이 있습니다. 법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고요. 감정을 회복하는 휴식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전체 근로자의 40%를 차지한다는 감정 노동자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드릴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수화기 너머 상담사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배려와 실질적인 법의 보호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채널 A 뉴스 김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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