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더하는뉴스]‘휴대전화 중독 끊기’ 3일의 전쟁
2018-02-22 19:59 뉴스A

이제는 생활 필수품이 된 휴대 전화가 없다면 어떨까요?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를 취재하는 김민지 기자가 2박3일 동안 휴대 전화를 반납했습니다.

그의 업무와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리포트]
손에서 뗄 수 없는 휴대 전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에 눈과 손이 바쁩니다.

"(메시지)진짜 많이 오지 않아요? 그렇죠?"

휴대 전화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진단을 받아봤습니다. 결과는 10점 만점에 8점.

(중독이네요.) "상담부터 시작하셔야겠는데요."

"우리 나라 성인 6명 중 한 명, 청소년 3명 중 한 명은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하는데요. 이 중독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 사흘간 휴대 전화와 노트북 없이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퇴근길 지하철 안. 모두가 휴대전화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왠지 혼자가 된 기분입니다.

"손을 어디에다 둘지도 모르겠고, 뭘 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집에 와서도 멍한 건 마찬가지. 단체 대화창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다들 무슨 대화를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만 딴 세상에 갇힌 것 같아요."

다음 날 아침.

"아, 왜 (알람) 안 울려"

오랜만에 탁상시계 알람을 써보는데 시간을 못 맞춰 늦잠을 잤습니다.

"어 배터리 나갔나? 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까지 말썽입니다.

(보험회사 있잖아) "저 전화기가 없어요."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나선 출근길.

[현장음]
"가다 또 서면 어떡하나. 전화도 못 하는데 하…"

늘 쓰던 휴대 전화 내비게이션이 없으니, 과속 단속 카메라도 두렵습니다.

"어! 과속(카메라)이다.…아닌가?"

잘 알던 길도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마음은 급한데 빠른 길도 못 찾겠고."

마침내 도착한 일터. 달랑 수첩만 들고 취재원을 기다리려니 무기력함까지 느껴집니다.

여유롭게 녹음을 하는 다른 기자들과 달리, 인터뷰를 일일이 손으로 받아 적으려니 글씨도 엉망.

"글씨 하나도 못 알아보겠다"

결국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생활 속 불편도 끝이 없습니다. 인터넷 뱅킹을 못해 직접 은행에 갔고, 휴대 전화 예매를 못한 영화관에선 허탕을 치기도 했습니다.

"아, 벌써 시작했어."

녹초가 된 퇴근길에, 난데없이 폭설이 쏟아집니다.

(오늘 밤 9시 무렵까지 이렇게 눈이.)
"밤까지 눈이? 아니 날씨를 내가 알았어야지."

실시간으로 날씨 확인이나 정보 검색도 못 하니 또 한번 낭패를 본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인 걸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갑니다.

익숙지 않던 탁상시계 알람에도 적응했습니다. 

가방 속 필수품이었던 휴대 전화 충전기 대신 읽을거리와 수첩을 챙깁니다. 이런 상황이 부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메신저도 없어.)
"그건 좋네. 일 안 시킬 거 아니에요."

관심도 없던 공중전화를 다시 사용해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어 동전 또 떨어졌어. 알았어요. 끊을게요" (동전)남았으면 올려놔야 되나? 다음 사람이 쓰세요."

2박 3일간 꺼 뒀던 휴대전화를 다시 켰습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수백 개의 메시지들.

"이제 통화와 메신저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는데요. 사실, 이게 없던 시간이 그립기도 합니다."

[어기준 /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
"일, 또는 본인이 해야 할 것을 중심적으로 하고 스마트 폰을 부가적인 유용한 도구로써 (사용해야죠.)"

휴대 전화가 없는 삶. 불편함과 싸운 대신 자유로움도 만끽한 시간이었습니다.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김민지 기자 mj@donga.com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