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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최저임금 주니 직원보다 월급 적어요
2018-02-28 19:43 뉴스A

최저 임금이 인상된 지 오늘로 두 달이 지나고 있습니다.

상당수 아르바이트 청년들은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이들을 고용하는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어떨까요?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식당 한지) 20년 넘었는데 이제 관둬야 해."

"나라 눈치 보고 아르바이트생 눈치 보고, 중간에서 샌드위치 된 입장 밖에"

"만원 넘어가면 죽는 거에요“

[자영업자들의 눈물...최저임금의 역습]

9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

밤샘 아르바이트생과 교대하는 아침 8시부터 고단한 하루를 시작합니다.

6시간을 정신없이 근무한 뒤, 팔리지 않은 김밥과 컵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때웁니다.

잠깐의 휴식도 없이 이어진 오후 근무는 캄캄한 밤이 돼서야 끝납니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네요..."

A씨는 하루 평균 13시간, 한달에 3백 시간 가까이 일합니다.

하지만, A씨가 지난달 집에 가져간 돈은 아르바이트생 3명의 임금과 임대료 등을 제하고 2백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A 씨보다 적게 일하는 한 아르바이트생은 최저 시급에 주휴 수당까지 더해 사장인 A씨보다 오히려 수입이 많았습니다.

[A씨 / ○○편의점 점주]
"저희 아르바이트생이 일요일부터 시작해서 목요일까지 11시간(씩) 근무하고요. 그 친구가 220만 원 받아가요. 제가 근무를 더 많이 하는데도 제가 받아가는 게 200만 원."

생활고가 심해진 A 씨는 곧 아르바이트생 1명을 내보낼 계획입니다.

[A 씨 / ○○편의점 점주]
"집사람이 낮에 근무하고 제가 야간 근무해서 두 사람이 운영할 계획이에요."

이런 식의 일자리 감소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인상된 최저 임금이 적용된 지난 1월, 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는 작년 1월보다 9만여 명이나 감소했습니다.

인터넷 의류 쇼핑몰을 하는 한모씨.

우리나라에서만 제품을 공급받았던 10년간의 원칙을 결국 접기로 했습니다.

[한 씨 / 쇼핑몰 대표]
"거래하는 공장들도 이제 이모님들 (인건비가) 다 오르고 하다 보니까 기본적인 임가공비 같은 게 다 올랐거든요.
베트남이 정말 좋더라고요. 인건비도 훨씬 싸죠."

아예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서모 씨 / 식당 운영]
"하루에 9만5천 원씩 둘이 주니까 (인건비가) 19만 원이잖아요. 하루 매상이 요즘 30 몇만 원. 이렇게 하다가 그냥 주인이 집세 올리면 비워줘야지."

[정하니 기자]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최저임금이 오른 지 두 달 째지만 이 일대에서 아르바이트 생에게 최저시급을 맞춰주는 곳은 손에 꼽습니다."

기자가 찾은 편의점 열 곳 중 직원들에게 최저 임금을 맞춰 주는 곳은 전혀 없었습니다.

[B 씨 / ◇◇편의점 점주]
"(지금은 얼마까지 올려주신 거세요?) 6천 원. 내가 진짜 한 달에 200만 벌어도 나 그렇게 최저시급 맞춰 주겠네요."

[C 씨 / △△편의점 점주]
"저희는 지금 7천 원. 다 범법자 되는 거예요.

[D 씨 / □□편의점 점주]
"5천 원 선에 대충 맞추는 거죠. 주휴 수당은 더더군다나 줄 수가 없고."

정부가 제시한 1인당 13만 원의 일자리 안정 자금을 신청한 곳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서 씨 / 식당 운영]
"우리는 4대 보험 종업원 26만 원, 내가 26만원 내야 해요. 근데 (정부가) 13만 원 해준다 했잖아요. 안하는게 낫지. (종업원도) 왜 26만 원씩 갖다넣냐고 안들라 그래요 다들."

노동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를 4개 그룹으로 나눠 도쿄는 958엔, 아오모리현은 738엔 등으로 차등 적용하는 식입니다.

[다카무라 /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담당자]
"대도시와 지방은 생활비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주거비를 포함해 최저임금에도 그런 것을 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편차를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올렸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일률적 제도가 영세 자영업자들을 범법자의 길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전북지역 편의점주]
"범법자 안되면 내가 망하는 거고, 범법자가 돼버리면 내가 한 달에 100이라도 150이라도 버는 거고."

또 전문가들은 지역별 체감 경기가 다르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부담도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합니다.

[성태윤 /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업종이나 지역의 상황을 고려 할 수 있는 형태의 최저임금 인상 폭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2년 뒤까지 최저임금 만원 시대를 달성하겠는 속도전에만 몰두한다면,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방법이 없어요. 자영업자들은 다 파산인 꼴이죠."

채널 A 뉴스 정하니입니다.

정하니 기자 honeyjung@donga.com

공동취재 : 서영아 도쿄 특파원
연 출 : 이민경
글구성 : 전다정 김대원
그래픽 :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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