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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게임중독은 질병? 뜨거운 논란
2018-03-14 19:46 뉴스A

심각해져만 가는 컴퓨터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 대처하자는 주장이 많습니다.

마약 알콜 도박처럼 말이죠.

이럴 경우 15만명에 가까운 청소년들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그래서 반대도 만만찮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기사내용]
 "20대 남성이 게임을 그만 하라고 말리는 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게임 중독 때문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던 고등학생이 병실에 불을 질렀습니다."

"애를 거기에 입원시키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구에 사는 21살 청년 A씨.

친구들은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아직도 3학년입니다.

2년이나 유급한 끝에, 결국 가족의 손에 이끌려 '폐쇄 병동'에 입원했습니다.

[병원 관계자]
"(입원 사유는) 게임 중독이라고만 얘기하셨습니다."

[A씨 친척]
"애를 거기에 입원시키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조절이 안 돼요. 충동조절이 안 되지. 자기 가족하고 살 수도 없는 정도로."

하지만 입원 사흘 만에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라이터로 자신의 병실에 불을 지른 뒤. 곧바로 '단골 PC방'으로 달려간 것.

그저 '게임이 하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PC방 직원]
"하루 오면 여섯 시간 했던 거 같은데 7시간? 되게 오래 했었어요."

A씨는 방화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8세 취업 준비생 B씨.

하루 10시간 가까이 게임을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B 씨 / 취업 준비생]
"숙제 같은 거예요. 숙제인데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돼요. 그 시간에 현실에 있는 걸 미리 하는 게 좋잖아요. 좋은데, 그것보다는 게임에 들어가서 이걸 다 끝내고 자야겠단 생각이 드는 거죠."

B 씨의 심리 상태는 어떨까.

전문가의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게임 중독이 매우 심각한 '고 위험군'

[이 상 / 심리 상담 센터 부원장]
"주관적인 불편감은 크게 있지 않지만, 바꿔서 이야기하면 굉장히 많이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생활 젖어 있었을 수도 있겠구나."


재수생 아들을 둔 중년 주부 C 씨.

초등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아들의 게임 중독은 욕설과 폭력으로 비화됐습니다.

[주부 C씨]
"게임이 잘 안 되거나 급격히 예민해지는 때가 있어요. 그러면 욕도 막 해요. 막 하다가 눈에 보이는 거 아무거나 거예요. 던져버리고. 나가라는 엄마 때문에 못 깼잖아.

C씨는 앞으로가 더 큰 걱정입니다.

[게임중독 아들의 어머니]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아이가 보통 사람의 삶을 살 수 없을 거라는 걸 느껴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직장 생활, 공동체 생활 힘들어질 것 같아요."


30대 중반의 직장인 이씨는 심각한 게임 중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3년 전 게임을 끊은 뒤 금단 증상이 찾아왔지만, 전문적 치료 한번 받지 못했습니다.

[이 모 씨 / 게임 중독 치료]
"머릿속에 환영이 보이고. 손발이 떨려요. 진짜로. 게임 금단은 계속 오니까 끊어야겠다 싶어서 알아봤는데 게임만 전문으로 하는 센터가 없어요. 구로에 있는 알코올 센터로 갔어요."

게임 중독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치유하는 전문 기관은 전국에 고작 5곳.

사회 병리 현상으로 번지는 게임 중독에 대처하기엔 역부족입니다.

게임 중독을 국가가 관리하자는 법안은 19대 국회 때인 지난 2013년 발의됐다가 폐기됐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WHO는 오는 5월 총회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블라디미르 포즈냑 / WHO 정신건강-약물남용 책임자]
“게임 중독은 제11차 정신 및 행동 장애 분류 개정안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합의에 따라 (의제에) 포함되는 중입니다.”

그러나 국내의 여론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 상 / 심리상담센터 부원장]
"환자들을 낙인찍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분류를 해놓는 거죠."

[위정현 / 한국게임학회장]
"이번 WHO의 모호한 중독 기준을 적용할 경우에 대략 15만 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단지 게임을 조금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독자로 분류되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게임 시장은 10조 원을 넘어섰고 대표적 한류 콘텐츠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게임 중독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하루빨리 내려져야 할 시점입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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