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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자식 난치병 고치려다 전과자 되는 부모들
2018-03-23 19:59 뉴스A

소아 당뇨, 난치성 뇌전증 어린 자녀가 이런 희귀병에 걸리면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무허가 의료기와 약품을 수입하다 전과자가 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최주현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치료가 어려운 1형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10살 소년 집 앞에 어느 날 편지가 쌓였습니다.

자신도 4살부터 똑같이 소아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8살 어린이의 손 편지. 검사님, 제발 이 소년의 어머니가 벌받지 않게 도와주세요.

검사에게 보낸다는 편지가 왜 이 집 앞에 놓여 있었을까요?“

[김미영 / 소아 당뇨 환아 부모]
"저희 아이는 생후 36개월에 1형 당뇨병을 진단받아서 7년 동안 당뇨병를 치료하고 있는 상탭니다.“

인슐린이 거의 없거나 아예 생성되지 않는 '1형 당뇨'.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 외엔 치료법이 없습니다.

열살 정 모 군은 하루에 스무번 넘게 손가락과 온몸을 주사 바늘에 찔렸습니다.

[김미영 / 소아 당뇨 환아 부모]
“11, 12, 13, 14번 (주삿 바늘을 꽂은 거죠). 새벽 1시 30분, 새벽 3시에, 새벽 5시 40분에 또 측정하고, 거의 잠을 못자죠.“

김씨는 해외의 당뇨병 사이트를 뒤지다'24시간 연속 혈당 측정기'라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멀리 떨어진 아이의 혈당도 잴 수 있는 획기적 기기였습니다.

해외 직구로 사들인 이 측정기는 정군에게 새 세상을 열어줬습니다.

[정 모 군 / 1형 당뇨 환자]
“(어떤 게 제일 좋아?) 야구할 때 혈당체크나 주사 안 맞아도 되는 것. (전에는) 엄마가 (운동) 못하게 했어요. 저혈당 때문에…”

이 측정기를 대신 구해달라는 부탁이 빗발쳤습니다.

[박은경 / 소아 당뇨 환아 부모]
“어느 엄마가 내 아이한테 그렇게 바늘로 찌르고 싶겠어요.너무 좋아요. 신세계에요, 진짜. 기존으로 절대 못돌아가요.”

들떠있던 김씨는 어느날 무허가 기기를 들여와 팔았다는 식약처의 고발을 받았습니다.

[성홍모 /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사무관]
" (해당 의료 기기가) 저희 관리 체계 안에 들어올 수 없어서, 피해를 입게 되면 그게 소비자에게 간다는 우려 때문에…직접 허가 신청을 하실 수도 있는거고…"

하지만 의료 기기를 수입하려면진술서와 소견서, 외국의 안전성 승인 서류 등을 내야하고 공장 실사와 안전성, 효능 검사 같은 각종 허가도 받아야 합니다.

길게는 반년 가까이 걸리는 시간과 까다로운 절차가 환자와 가족들을 범죄자의 길로 내몬다는 주장이 적지 않습니다.

[김미영 / 소아 당뇨 환아 부모]
"(해외 당뇨병) 사이트에 가보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쭉 나와있고,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걸 해주지 않는다면, 저희가 알아서 쓸 수 밖에 없는 거잖아요.”

유치원에 가야할 7살 재민이는 인지 능력이 한살에 멈춰 있습니다.

[장모 씨 / 뇌전증 환아 부모]
"말을 한다거나 걷거나 이러지는 못하고, 그냥 생후 3에서 6개월된 이처럼…(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죠.”

재민이는 치료약이 없는 뇌전증, 일명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잡니다.

[장모 씨 / 뇌전증 환자 부모]
“저희는 약물치료, 식이요법, 뇌 수술까지 한 상태고, 무엇보다 이 다음에 할 게 없는 거니까. 그 다음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죠.”

포기할 수 없던 장씨는 해외 논문들을 뒤진 끝에 CBD 오일, 즉 대마 오일이란 빛을 찾아냈습니다.

인터넷으로 사들인 뒤 한달 간 먹이자 '경련이 줄었다'는 진단을 받을 만큼 아들의 병세는 호전됐습니다.

하지만, 장씨는 마약 밀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장모 씨 / 뇌전증 환아 부모]
“그 자리에서는 머리카락이나 소변 검사는 다 진행했어요. 대마 오일도 그렇게 (마약으로) 분류가 돼있는 거예요. 어이없고 황당했죠.”

세계보건기구 WHO는 대마 오일은 마약류인 대마초와 달리 중독성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훈철 /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교수]
"마약류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독성을 제거한 약물 후보 물질이라고 생각하면 되고요. 의학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료용 대마에 대한 부작용과 효능에 대한 연구가 몇번 진행됐습니다."

장씨처럼 난치병 치료용으로 대마 오일을 수입했다 마약 밀수 혐의로 적발된 경우는 지난해 80건에 이르렀습니다.

국내 통관 과정에서 아예 압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장음]
"의료 기기 중에 요건을 알아봐야 되기 때문에 목록 통관은 안돼서 (수입을) 취하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 보건당국이 그들의 손을 좀 더 따뜻하게 잡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허경 /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학술이사]
"의료복지 국가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제안과 규제에 급급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역행하는 사건인듯 합니다.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해서 고발할게 아니라 힘든 환아와 보호자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채널 A 뉴스 최주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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