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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폐업 전문업체 “우리도 문 닫아요”
2018-04-05 19:47 뉴스A

가게를 닫는 자영업자들의 물건은 재활용업체가 사들이는데요.

그래서 불황일수록 호황을 누리는 업종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는 이런 재활용업체도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허욱 기자의 '더하는 뉴스'입니다.

[리포트]
"어떻게든 해보려고 해도 꾸려나갈 수가 없으니까 정리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재작년에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9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루에 약 2천5백 개 업소가 문을 닫은 셈입니다.

분신 같은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의 눈물은 재활용업체의 호황으로 이어졌습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재활용업체.

마당엔 싱크대가 산처럼 쌓여있고 창고는 냉장고들로 가득 찼습니다.

모두 폐업 현장에서 들여온 것들입니다.

[허 욱 기자]
"옛 주인의 손때가 묻은 그릇들도 재활용센터 창고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 욱 기자]
"지금 폐업한 식당의 집기들을 수거하러 간다고 하는데요. 제가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오늘 철거할 곳은 안산의 한 식당.

하지만, 물건을 인수하러가는 직원의 마음은 마냥 편치만은 않습니다.

[박제명 / A재활용업체 직원]
"체감으로 많이 느끼죠. 전부 다 물어보면 불경기래 불경기. 장사가 너무 안된대."

[현장음]
"살살해서 나가 봐요. (여기 부딪치는데?)"

고로케를 좋아해서 고로케 가게를 열었다는 점주,

고된 식당 일을 혼자 떠맡다 1년 만에 폐업을 결심했습니다

[점주 A씨]
"(인건비 때문에) 알바 없이 해야죠. 그게 힘들었지. 몸이 힘들어서."

정든 집기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 트럭에 실리는 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허 욱 기자]
"집기를 싣고 이제 다시 돌아가는 길인데요. 폐업 현장을 정리해서 그런지 저도 마음이 좀 무겁습니다."

[박제명 / A재활용업체 직원]
"철거가 기분 좋게 하는 경우가 없어요. 남이 망해서 조금씩 철거해서 가지고 오는 건데."

전국 각지에서 사들인 중고 집기들, 이제 팔 일만 남았습니다.

서울 황학동의 속칭 '그릇 골목'

[현장음]
"(물건들 어디서 온 물건이에요?) 능이백숙이요.
(아, 백숙집.)"

거리를 가득 메운 중고물품들.

그런데 사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고품 시세는 하루가 멀다하고 폭락하는 상황,

직원 월급 주기도 힘든 사장은 그릇 골목 호황은 옛말이라고 했습니다.

[김진권 / 재활용업체 사장]
(오히려 재활용업체는 활황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폐업은 많고 개업하는 집은 드무니까 옛날 얘기지,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지난해 12월 전국의 자영업자는 11월보다 12만 명이 줄었습니다.

창업하는 사람보다 폐업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는 얘깁니다.

급기야 문을 닫는 재활용업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고 가구를 사고파고는 서울 용산구의 한 재활용업체.

[허 욱 기자]
"괜찮은 거 되게 많은데?"

업주는 20년 간 열었던 가게 문을 다음 달에 닫기로 했습니다.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윤양기 / 재활용업체 사장]
"17살 때부터 장사하는데 가구점도 하고, 지금까지 계속했는데, 이렇게 최악은 처음이에요. 나는 그만두더라도 다른 사람이라도 좀 활발하게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불황일수록 호황을 누린다는 재활용업계.

하지만 이들마저도 불황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채널 A 뉴스 허욱입니다.

woo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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