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선배의 군기잡기…신입생 ‘피눈물’
뉴스A [채널A] 2018-04-1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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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봉 매달리기, 75도 인사하기, 검은 운동화만 신기…이런 일들이 군대가 아닌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속칭 '젊은 꼰대들의 군기잡기' 실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화려한 응원단복에 매료됐던 새내기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수없이 부딪힌 무릎은 피멍으로 뒤덮였습니다. 선배들은 보호대조차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홍익대 응원단 신입생]
"나 때는 너네 때보다 더 열심히 하고 많이 혼났다. 맞았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다리가 아프다고 해도 (무릎 보호대를) 절대로 못하게 하는…"

결국 참다못한 신입생들은 모두 뛰쳐나갔습니다.

응원단이 썼던 대학 체육관.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인적조차 뚝 끊겼습니다.

[홍익대학교 관계자]
"경찰에서는 가해자가 16명으로 늘어난 상태이고요. 경중 정도를 판단해서 늦어도 다다음 주쯤에 검찰에 송치할 예정…"

학내 군기 잡기는 '강요죄’로 처벌할 수 있는 무거운 범죄입니다.

[장윤미 / 변호사]
"학생들 입장에서는 형사 절차를 당사자인 본인이 행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서 고소나 신고를 상당히 꺼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탓인지 경찰청이 지난 한 달간 운영한 폭행·강요 신고팀에는 신고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간호학과 신입생 박희연 씨. 하지만, 기대에 부풀어 참석한 신입생 환영회에선 선배들의 갑질이 판쳤습니다.

[박희연 씨(가명) / A대 간호학과 1학년]
“(신입생) OT 끝나고 간호학과만 부르더라고요. (선배들이) 바지 검사하고, 신발 검사를 하고 그랬어요.”

희연 씨는 학과 행사 때마다 꼭 검은 운동화를 신으라는 선배들의 지시에 항의했습니다.

돌아온 건, 선배들의 집단 군기 잡기.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안 교수는 뜻밖의 훈계를 했습니다.

[박희연 씨(가명) / A대 간호학과 1학년]
“교수님이 자기 때는 힘들어도 다 했다고. 근데 요즘 애들은 부모님들이 울타리 안에서 오냐오냐 키운다. 이런 것도 못 견디면 간호사 돼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상당수 교수들도 은근히 선배들을 두둔했습니다.

[A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학생들이) 병원에 실습을 가요. 한 명이라도 문제가 있는 애들이 생기게 되면 우리가 어렵게 얻은 실습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어요) 학교, 학과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인성 교육을 하는 거죠."

한 구인 전문업체의 조사 결과,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교내 군기 잡기를 경험했지만 이들 가운데 과반수는 참고 버틴다고 답했습니다.

호텔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지연 씨, 머리 모양과 인사 각도까지 지시하는 선배들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한 달 만에 자퇴했습니다.

[이지연 씨(가명) / B대 호텔 경영학과 1학년]
"(두 손을 배꼽 위에 모아서) 자세가 모범적이다 보여주면서. '안녕하십니까' 75도 각도를 유지해야 해요. 소리를 크게 안 내면 뭐라고 하시고. 지금 제일 우울감이 심해서…"

지연 씨의 심리 상태는 어떨까.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현장음]
"마음에 안 드는 건 어떤 점이 안 드는 거세요?”

어렵게 말문을 연 지연 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남희경 / 심리상담 전문가]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게끔 주변에 상의할 대상이 없다는 거. 그러한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항공 정비사의 꿈을 품었던 스무 살 청년 김현석 씨는 고문이나 다름 없는 가혹 행위도 당했다고 고백합니다.

[김현석 씨(가명) / C대 항공학부 1학년]
"지금 철봉을 없앴는데 (후배들을) 이렇게 묶어서. 매달려서 따귀맞고. 아침에 있던 친구가 다음 날 가면 없고. 그 이후로 저희 과에서 자퇴한 애가 지금 3명 있어요.“

교내 인권 센터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김현석 씨(가명) / C대 항공학부 1학년]
"근처에 있는 교회 목사님이 오셔서 얘기하시니까. 얘기하면 (교회 다니는) 선배님 귀에 들어가고. 얘기를 안 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 침묵이 약인 것처럼"

인권 센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대학은 전국 128개 대학 중 34곳 뿐. 그나마도 비용을 핑계로 간판만 걸어둔 곳이 대다숩니다.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인권 센터 설치 의무화 법안은 언제 통과될 지 기약이 없습니다.

[노웅래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전문 상담 인력 확충이 필요하고, 비밀 보장이 가능하도록, 학교 측으로부터 독립된 인권센터가 설치돼야 한다고 봅니다.”

기성 세대의 군기 잡기를 비난하는 젊은 세대가 어느새 그들의 악습에 젖은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현장음]
“솔직히 잘못된 건 고쳐야 되는 게 맞는 거잖아요. 그런데 문화라고 하면서 고칠 생각은 안하는 거죠.”

채널 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 change@donga.com

연출 이민경
글·구성 전다정 김대원
그래픽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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