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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욕 먹고 매 맞는 구급대원의 하루
2018-05-31 21:06 사회

위기에 빠진 누군가를 돕기 위해 제복을 입고 늘 긴장해야 하는 구급대원들.

하지만 이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구급대원의 고단한 근무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김설혜 기자의 '더하는 뉴스'입니다.

[리포트]
[현장음]
뭐 XXX아 (하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

[현장음]
XX 싫다고요 싫다고 XX
왜요 왜요

[현장음]
당신은 나 치유해줄 사람이잖아 내가 건들어도 당신은 참아야하는 거야.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119 구급대원들.

그런데 최근 4년 새 폭행을 당하는 구급대원의 수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될 부분은 주취자에 의한 폭행 건수가 92%로 가장 높다는 점인데요.

제가 구급대원과 함께 직접 현장 출동해 보겠습니다. "

밤 10시 반, 서울 영등포소방서 현장 대응단.

남성 한명이 술에 취해 지하철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홍성훈 / 영등포소방서 현장대응단]
경찰이 선착(먼저 도착)해 있대요.

머리에 피를 흘린채 드러누운 남성, 하지만, 병원에는 안가겠다며 한사코 버팁니다.

[현장음]
(참나 다친데 없다니까)
많이 다쳤어요 선생님 (아 몰라)

구급차로 옮겨진 뒤에도 실랑이는 계속됩니다.

[현장음]
여기 더 오래 못있으니까 결정하셔야 해요
(인천까지 갈 수 있어요?)
인천까지는 못가요

10분 넘게 설득한 뒤에야 겨우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곧바로 출동한 또 다른 신고 현장.

하루가 멀다하고 신고되는 노숙자가 길 한복판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늘 술에 취해, 한달에 수십 차례나 신고가 접수되지만, 구급대원은 거부할 수 없습니다.

[현장음]
하루에 한번씩 매일 보잖아요. 술 드시고 이러면 저희 병원 못가요. 저희 몇 번이나 봤어요

밤새 접수된 열번 넘는 신고 가운데, 주취자 신고는 절반 이상.

취객 처리로 진을 빼다보니, 정작 중요한 업무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홍성훈 / 영등포소방서 현장대응단]
육체적으로 힘들더라도 중증 환자라든지 처치를 하는 환자를 나가는게 좋은데 매일 신고하시는데 나가면 힘이 빠지고요
정말 저희가 필요한 응급상황에 출동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죠.

더 큰 고역은 따로 있습니다.

취객의 폭언과 욕설은 다반사고, 맞거나 다치는 일도 많습니다.

경력 10년차인 이상헌 소방교.

한달전 술에 취한 여성에게 손과 허벅지를 물려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이상헌/ 구로소방서 고척119안전센터]
욕설 폭언 폭행을 일삼는 과정에서 위험하니까 환자를 제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한테 욕을 하고 목을 잡던 팔을 무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정은애 / 익산소방서 인화센터장]
무슨 말로 당신을 위로하며 남겨둔 가족과 동료의 먹먹한 현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던 여성 구급대원 구타 사망 사건.

이후 소방청은 구급 활동 방해자에겐 최고 무기 징역까지 내릴 수 있고, 구급대원이 전기 충격기나 가스총을 소지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중입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구급대원]
순간 이뤄지기 때문에 수갑 전기 뭐 별 얘기가 있는데 할 수 없어요.

구급대원들은 처벌이나 장비 강화보다 그들의 헌신을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임춘규/ 구로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사]
저희도 누군 가의 가족이잖아요. 현장에서 고생했다는 말은 못들어도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채널 A 뉴스 김설혜입니다.

sulhye87@donga.com
연출: 윤순용 홍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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