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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나라의 아들이라더니, 다치면 너희 아들”
2018-06-07 11:45 사회

"건강히 제대하면 나라의 아들이고 다치면 당신의 아들인 것 같다"

군에서 다치거나 병에 걸려 제대한 장병들의 가족들이 하는 말입니다.

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까요.

정하니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1]군에서 다치는 것도 서러운데, 제대로 치료를 못 해서 희귀병으로 악화된 사례가 있다고요?

네 4년전 의병사 제대한 강병진씨 입니다.

강씨는 현재 CRPS라 불리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고 있는데요.

외상을 입은 뒤 특정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오는 희귀 질환입니다.

[강병진 / 의병사 제대]
"다리가 타들어 가듯 아픈 통증이 있었고, 바람이 불면 칼 같은 것으로 슥슥 베는 느낌. 망치나 손으로 뼈있는 부분을 계속 때리는 느낌으로 오고 있어요."

앵커 : 처음에는 저 정도까진 아니었다면서요?

강 씨는 2011년 군 물자를 옮기다 미끄러져 발목이 꺾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대가 끊어지고 뼛조각이 떨어져 나갔지만 군의관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강병진 / 의병사 제대]
"꾀병이다. 너같이 다친 애들이 부대에 많다."

군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못한 결과 결국 강 씨는 복합통증증후군 진단을 받게 됩니다.

그러고도 의병사 제대까지 여섯 달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질문2]제대 이후 보상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

강 씨는 고통이 심할 때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몸속에 약물투여 펌프까지 삽입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합니다.

그런데도 정작 국가보훈처 심사에서 보훈보상대상자 7급을 받았습니다.

매달 30만원 정도 보상금이 나오는 가장 낮은 등급인데요.

반발한 가족들이 이의제기를 했는데 6급으로 오르기 까지 무려 20개월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을까요. 이유는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대기자가 많다는 거였습니다.

[김미자 / 강병진 씨 어머니]
"애는 아파서 죽어가고 있는데 그쪽에선 너무 느긋하게 처리하고 있고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죠."

[질문3]군 복무 중 발생한 사고를 책임져야 할 부대에서 오히려 숨기기에만 급급한 경우도 있다고요.

지난 2011년 의병사 제대한 A씨의 이야기인데요.

상급자가 던진 야전삽에 왼발 힘줄이 파열돼 결국 장해판정까지 받았습니다.

A씨는 이후 부대에 공무상병인증서를 요청했는데요.

공무상병인증서란 군 복무중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에 대한 원인과 경위를 담고 있는 문서로, 국가유공자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발급된 공무상병인증서는 황당함 그 자체였는데요.

A씨의 병명을 엉뚱하게 피부병인 '수두'로 기재한 겁니다.

[A씨 / 의병사 제대]
"속에서 진짜 화가 나면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뭔지 그 말을 하는 이유를 알았어요."

A씨가 군 인권위원회에 신고하고 나서야 부대는 인증서를 다시 발급해줬는데 이 역시도 엉망이었습니다.

왼발을 다쳤는데, 오른발이 다쳤다고 기재한 겁니다.

[질문4]이렇게 어렵게 서류를 준비하더라도 정작 보훈처 심사에서 상당수가 탈락한다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네, 국가유공자 등록을 위해선 서류 심사로 자격을 따진 뒤 신체 검사를 통해 상이 등급을 매기는데요. 매년 신청자의 절반 가량이 탈락합니다.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국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중도에 포기하고 마는데요.

우선 개인에게 입증 책임이 있는데다가 다친 경위 등 자료가 군에 있기 때문에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상수 / 변호사]
"(국가가) 손 놓고 '네 문제다, 네가 알아서 해라.' 군 생활하면서 자기가 나중에 소송해야지 하고 자료를 모아두는 경우가 드물지 않겠습니까."

재판이 길어질 경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고요.

선진국일수록 나라를 위해 헌신하거나 희생한 사람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 준다고 하는데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하니 기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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