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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한여름 ‘바퀴벌레’ 습격…접수 민원만 150건
2018-07-04 19:56 뉴스A

물이나 먹이가 없어도 한 달 이상을 생존할 수 있는 해충, 바로 바퀴벌레인데요.

유독 서울 광진구에서 집중적으로 출몰한다고 합니다.

현장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최주현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아직 밤이 찾아오지 않은 서울의 한 동네.

[마을 주민]
"저기에서도 기어오고, 사방에서 밤되면. 먹이 찾으러 오는 것이겠지."

[마을 주민]
"진짜 (손가락)반 만해, 날아다녀 날아다녀. 총각만 하다니까. (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요. 드르륵 드르륵.)"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검은 정체, 바퀴벌레가 나타납니다. 보이는 대로 살충제를 뿌려보지만,

[현장음]
"안죽어, 웬만해서는 안죽어."

약효는 신통치 않습니다.

[환경 미화원]
"무지하게 많아요. 봉투하나 들면 수십 마리가 나오니까 밖으로 빼버리거든요. 저희도 깜짝 깜짝 놀라니까…"

안방도 바퀴벌레가 접수할 태세입니다.

[박모 씨 / 마을 주민]
"(바퀴벌레가) 많이 나오더라고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거예요. 아무리 닦고 해도 안되더라고. 약도 뿌려보고…"

광진구는 어쩌다 바퀴벌레 소굴이 됐을까.

[현장음]
"(지금 방역 어디어디 하는 거예요?) 여기(정화조)하고, 저기 하수도하고, 여기 (빗물받이)하고, 저기 쓰레기 쌓여 있는 곳하고…"

대형 분무기에서 뿜어나오는 살충제는 하수도를 정조준합니다.

물기가 있거나,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아 바퀴벌레들이 숨기 좋은 곳까지 살충제를 뿌리는데 더운 여름에는 빗물이 고여있는 쓰레기 더미도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김영진 / 광진구청 방역반장]
"저희가 휴대용 분무기를 이용해서 벌레를 잡고 있습니다. 바퀴벌레 같은 경우,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에 스프레이로 방역해서 박멸하고 있습니다"

방역에 사용되는 살충제는 모기에 사용하는 일반 살충제보다 3배 이상 강한 약제를 사용합니다.

[최주현 기자]
"바퀴벌레 방역 작업이 한창 진행중인데요, 바퀴벌레는 습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저렇게 하수도를 공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밑에 있는 하수관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근처 하수구를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틀 동안 구청 방역팀과 잡은 바퀴벌레는 약 200마리. 기온이 오르고 습해지는 6월이면 민원이 폭증합니다.

올해도 6월 접수 민원만 150건을 넘습니다. 민원은 유독 광진구에 집중됩니다.

[서울시청 관계자]
"(다른 구청에서) 시청으로 들어온 (바퀴벌레 민원)은 하나도 없었고,(광진구청)에서 전화는 왔는데, 그 외 지역에서는 전혀…"

보건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전문가들은 노후주택과의 연관성에 주목합니다.

[양영철 / 한국유용곤충연구소 박사]
"난엽이라고 그래서 알주머니에요. (알 하나에서) 한 마리가 오는 게 아니라, 20마리 이상 나와요."

실제로 광진구 밀집한 5만 여채의 단독·다가구주택 가운데, 40% 이상이 20년 이상된 노후 주택입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바퀴벌레는 야생 바퀴벌레, 일명 경도 바퀴였습니다. 근처 야산에서 내려와 오래된 주택이나 건물 틈새에 터를 잡는 겁니다.

일반 가정이나 건물에 서식하는 미국바퀴보다 작지만 비행 능력과 번식력은 더 발달했습니다.

[양영철 / 한국유용곤충연구소 박사]
"(오래된 건물의) 틈새를 바퀴벌레들이 좋아해요. 그런 틈새 깊숙히 들어가서 바퀴들이 서식하면서 은신처로 이용을 하는 것이죠. 항상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잘 확보돼 있지 않습니까."

바퀴벌레의 생명력은 질기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언제든 도망갈 수 있는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고,

[이동규 /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
"미모라고 하는 한 쌍의 감각기관이에요. 사람이 다가가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다. "

배설물로 집단을 불러 모을 수도 있습니다.

[이동규 /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
"배설물에 집합 페로몬이 묻어서 배출이 되게 되면 그 냄새를 맡고 다른 바퀴벌레들도 모여들게 되죠."

하지만 보건당국의 방역 매뉴얼은 10년째 제자리입니다. 바퀴벌레가 옮기는 균이 말라리아나 지카 바이러스 등 80가지 법정 관리 감염병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법정 감염병 관리 대상에 대한 지침이나 메뉴얼이 질병 위주로 되어 있다보니, (바퀴벌레 같은) 매개체에 대한 자료들은 제한적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퍼져가는 바퀴벌레의 피해. 더 적극적인 방역과 살충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채널A 뉴스 최주현입니다.

최주현 기자(choigo@donga.com)

연출 송 민
구성 고정화 이소희
그래픽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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