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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예견된 기내식 참사…기약없는 정상화
2018-07-11 19:47 사회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이 발생 열흘을 넘어가지만 완벽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내식 공급 시스템 곳곳에 구멍이 많아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해외여행 2500만 시대라는 이름이 무색합니다.

전혜정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기내식 대란 직후 숨진 협력업체 대표의 유족은 지친 기색으로 찾아왔던 윤 대표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윤 대표 유족 A씨]
"압박을 받아서, 죽겠다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더라고.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

새로운 일을 위해 회사 가까이 이사까지 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던 윤 대표.

무엇이 그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았을까요?

예견된 참사, 기약없는 정상화

윤 대표 회사는 기내식을 최종적으로 포장하는 영세 중소업체였습니다.

H사 직원에 따르면 회사 작업장을 옮긴 건 사태가 불거진 당일인 1일 오전.

기내식 대란은 사실상 예견된 참사였다고 주장합니다.

[H협력업체 직원]
"그 날 처음이니까, 우리도 처음으로 옮겼는데 완전 X판이지, 뭐. 한 마디로."

달라진 시스템을 익힐 틈도 없이 허둥지둥 작업에 나섰다는 주장인데, 아시아나가 요구하는 3만 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겁니다.

[H협력업체 직원]
"손 놓고 서 있었다니까? 이런 일이 없을 줄 알고 30분 지연될 때마다 (기내식값) 50%만 받기로 했는데… "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기내식의 제조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내식이 최종적으로 비행기에 실리기까지 제조와 포장, 운반과 탑재의 과정을 거치는데, 아시아나는 공급업체와 협력업체에
하청을 맡기고 있습니다.

공급업체는 여러 개의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는데, 윤 대표의 회사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정윤식 / 세한대학교 항공운항과 교수]
"기내에 항공운영 인력을 빼고 외부 인원이 들어가는 게 유일하게 케이터링 쪽이에요. 수술실 규모의 위생 상태를 갖춰야 하고."

기내식은 메뉴 개발부터 제조, 운송 등 모든 과정이 보안에 부쳐지고, 수십 차례 시뮬레이션도 거쳐야 합니다.

하청 업체들로서는 까다로운 위생 규정을 준수하면서 비행기 출발 전 운송을 마쳐야 하는, 긴박한 시간 싸움을 해야 하는 겁니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합니다.

[윤 대표 유족 A씨]
"더 빨리 시간 맞춰라, 1분 늦었네, 2분 늦었네, 할 것 아니에요? 그런 걸 늘 듣다 보니까… "

최근 아시아나가 공급계약 업체를 바꾸면서 윤 대표의 스트레스도 가중됐습니다.

[윤 대표 유족 A씨]
"아시아나 쪽에서 200명을 데리고 (새 업체로) 오라고 하는 상태에서, (전체) 직원 340명을 온전히 살리려고 한 거에요."

아시아나 항공 측은 기내식 대란 사태의 빠른 해결을 다짐하고 있지만,

[김수천 / 아시아나항공 사장(지난 4일)]
"7월 말까지, 8월 초 성수기에도 확실히 차질없이 대비할 수 있도록… "

현장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협력업체 직원]
"(비행기) 지연을 안 시킨다는 게 정상화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미리 탑재돼 나가는 건 불가능하고요."

[△△협력업체 직원]
"장바닥 같아요, 그러니까. 4개월이 걸릴지 6개월이 걸릴지 모르겠어요. "

차제에 기내식 공급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질하지 않을 경우 사태는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외 항공사는 기내식 공급이 중단될 경우, 승무원을 통해 승객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나의 허술한 초기대응에 조종사와 승무원이 굶은 채 비행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정윤식 / 세한대학교 항공운항과 교수]
"제일 중요한 건 기장이 굶었다는 거예요. 기장의 혈당이 떨어지면 비행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매일 교육을 하거든요."

자칫 승객의 안전이 위협에 내몰릴 뻔한 사태를 겪었지만, 아시아나 측의 대응은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계약한 공급업체가) 한국에 후발 주자로 들어왔기 때문에 3천 식 밖에 (생산할 수)없었던건데, 능력은 1만5천 식까지 갈 수 있는 (곳입니다.)"

결국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실태 조사에 나선 가운데,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은 아시아나 항공의 대응에, 국민들은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전혜정 기자 hye@donga.com
연출 : 이민경
구성 :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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