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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세계 최초 제품도 ‘규제의 덫’에 발목
2018-08-08 19:49 뉴스A

"규제가 민간의 상상력을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힘주어 강조하고 있는 것이 규제혁신인데요.

실상은 어떨까요?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이화정 / 호신용품 제작 벤처 기업 대표]
"1조 6천억 원을 스타트업들, 창업 기업들에게 많이 지원한다지만 저희는 피부로 느끼는 게 없어요."

평범해 보이는 휴대폰 케이스.

버튼을 누르면 100db 넘는 경고음과 함께 현재 영상과 위치정보가 지정된 휴대전화로 실시간 전송됩니다.

위험 상황에서는 전류도 흐릅니다. 휴대폰케이스와 호신용품을 결합한 세계최초 제품입니다.

하지만 출시는 2년 가까이 늦어졌습니다.

전자충격기 뿐 아니라 무선 통신 제품, 가정용 전자 제품으로서 통과해야 하는 모든 기준을 충족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규제 조항이 명확하지 않았고, 담당자를 찾는 것 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이화정 / 호신용품 제작 벤처 기업 대표]
"다들 처음 겪는 제품이라 공무원들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거죠. 아, 있는 걸 만들 걸 굳이 새로운 걸 만들었다가 규제도 막히고 시간만 가고."

그 사이 해외에서는 유사한 호신 제품이 출시돼 마트에서 판매 중입니다.

취임 초부터 문재인 정부는 규제 혁파를 강조해 왔습니다.

올해 초 대통령 주재 규제 혁신 회의에서는 핀테크 활성화 , 스마트 공장 등 38개 개별 과제가 제시됐습니다.

그런데 반년이 지난 지금, 해결된 규제는 거의 없습니다.

[조산구 / 숙박 공유 벤처 대표]
"모든 게 모르는 상태에서 혁신이 일어나는데 '모르는 것은 무조건 불법이고 정해진 것만 합법'이라고 하면 미래가 없는 거죠."

LG유플러스 임원자리를 던지고 벤처 사업에 뛰어든 조산구 대표.

도심 속 빈집을 빌려주는 숙박 공유 시장에 도전했지만 7년 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도시의 일반 주택을 이용한 민박은 오직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다'는 법규에 발목을 잡힌 겁니다.

국회에는 '도시 민박'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3건이나 발의됐지만 기존 숙박 업계의 반발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사이,

에어비앤비 우버 위워크 등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은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산구 / 숙박 공유 벤처 대표]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 같은 회사, 글로벌 회사를 공유 경제에서 10개 이상 만들겠다고 해서 하고 있는데…. 이거는 제가 볼 때는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부의 규제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전자 금융거래 기술을 개발하는 이 벤처는 지난해 개인간 신용카드 거래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인터넷 중고 거래나 아파트 알뜰 장터 같은 개인간 거래에서도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겁니다.

금융 거래 사기를 막을 방법으로 주목받았지만 상용화에는 실패했습니다.

2017년 4월, 업체는 금융위원회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시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관련 규제가 없으니 사업을 진행하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금융위의 말이 바뀌었습니다.

"부가가치세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사업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겁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실무적인 입장은 개인 간 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여러 부작용이 있다, (인사이동 된 지 얼마 안 되셨다 하셨죠?) 네, 일주일됐어요, 일주일."

벤처 기업가들은 무사안일식 면피주의 행정을 비판합니다.

[이흥열 / 뇌 과학 벤처 대표 ]
"황우석 박사 사태 같은 것들,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심의나 규제라는 게 너무 과해요. 벌어지지 않은 일들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겁을 먹고 있는 것 같아요."

논란이 되는 규제를 하나씩 푸는 방식이 아닌 혁신적인 규제혁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근거가 없으면 일단 시행한 뒤 사후적으로 규제에 나서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자는 겁니다.

[박성기 / 전자 금융 서비스 벤처 이사 ]
"하나하나 규제를 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안 된다고 명확하게 명시된 게 아니면 무조건 하게 해달라"

현장에서는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규제혁신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천종석
구성 고정화 이소희
그래픽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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