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더깊은뉴스]사라진 열풍…골칫덩이 인형뽑기방
2018-09-21 20:03 뉴스A

유행을 타며 빠르게 늘어났던 인형뽑기방들이 도심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범죄가 확산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 떠오르는데요.

이서현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새벽 3시.

10대들이 마스크를 쓰고 뽑기방을 서성입니다.

익숙한 듯 일부는 망을 보고, 다른 10대는 있는 힘껏 지폐교환기를 뜯어낸 뒤 돈을 훔쳐 달아납니다.

현행법상 청소년은 밤 10시 이후 뽑기방에 들어갈 수 없지만 이들을 막을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뽑기방이 무인으로 운영되는 탓인데,

영업시간 규정이 지켜질리 없습니다.

서울의 한 번화가.

인형뽑기방 10여 곳이 모여있는 곳인데 밤새도록 불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이서현 / 기자]
"인형뽑기방은 게임물관리법상 밤 12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는데요.

대부분의 인형뽑기방이 이렇게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 광진구 A뽑기방]
"12시 넘어가면 못 들어오게 하고 청소년 출입도 10시 이후에는 못하게 해야 되는데 사실상 계도는 전혀 없거든요. (경찰 단속도) 나몰라라 하고 있고."

관리자도 없고 보안장치도 허술한 뽑기방은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됩니다.

2년 동안 20번 넘게 절도사건이 발생한 곳도 있습니다.

결국 지폐교환기를 폐쇄한 곳까지 나왔습니다.

[서울 성북구 B뽑기방]
"어제도 형사 한명 왔다갔어요. 지폐교환기를 뜯어가서. 거의 10대인데 너무 어리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한때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인형뽑기방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습니다.

수익이 줄다보니 쓰레기가 수북한 채 방치된 곳도 적지 않고,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한 채 폐업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계자]
"주변에 반 이상이 (점포를) 내놨지. 12개 중에 7개 정도. 사양이라고 보면 돼 뽑기방이, 많을 때는 한 20개 있었어."

[서울 서대문구 C뽑기방]
"(수익이) 많은데는 70%까지 떨어지니까 다 폐업을 한다고 봐야죠. 장사가 잘 되면 누가 폐업을 하겠습니까."

200만원이 넘는 뽑기 기계를 생산하던 업체도 결국 제작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인형뽑기 기기 생산·판매 업체]
"기기 하나 만드는데 백 얼마씩 드는데 지금 중고가도 몇십만원 밖에 안하잖아요. 새거 만들 필요가 없죠. 누가 신형을 사겠어요. 중고를 사지."

폐업 후 처분하지 못한 인형과 기기들은 창고에 쌓인 채 먼지만 쌓여갑니다.

[전대천 / 크레인게임문화협동조합]
"기계도 처리하고 인형도 다 처리한다 그러면 그만큼 (투자금을) 회수할 수가 있는데… 물류창고에다 보관을 좀 해놓는 상황이에요."

한참 잘 나갈때는 인형만 넣어둬도 손님이 끊이질 않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인형뽑기방의 경품은 가격이 5천원을 넘을 수 없고 종류도 문구류나 완구류로 제한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뽑기방이 손님을 끌기 위해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태블릿PC나 드론 등 전자제품을 배치하기도 합니다.

업주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편법행위, 불법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합니다.

[서울 서대문구 C뽑기방 업주]
"딜레마에요. 법을 맞출려고 하니까 질 낮은 ##산, 라이센스 없는 걸 막상 넣어보면 전혀 매출이 나오지가 않아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전히 전국 1900여개의 뽑기방이 운영중입니다.

5천원 경품상한 규정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인환 / 변호사]
"5천원을 넘지 않는 물건을 인형뽑기에 넣어야 된다 규정이 돼 있는 건데 일반 소비자들,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 법이 정상적인 법이라고 생각하느냐"

[이서현 / 기자]
저는 지금 한 인형뽑기방 앞에 나와 있습니다.

제가 지금 경찰에 신고를 하면 이 매장 역시 기기를 압수당하고 영업 정지를 당하게 됩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규제 속에 탈법의 현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인형뽑기방.

더 큰 골칫거리가 되기 전에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 뉴스 이서현입니다.
newstart@donga.com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