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더깊은뉴스]“꾀병 아니냐”…군 병원에 신음하는 병사들
2018-10-12 20:06 뉴스A

얼마전 문제가 된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대리수술이 군병원에서도 이뤄진다는 것이 어제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죠.

군병원의 문제 이게 다가 아닙니다.

늑장 수술로 병을 키우고, 관절이 파열된 병사에게 진통제를 발라주는 엉터리 진료도 빈번합니다.

허욱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재작년 12월 입대한 민모 씨.

각개전투 훈련에서 다친 이후 군 생활은 악몽이 됐습니다.

너무 아파 다리를 절뚝 거렸는데 '꾀병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습니다.

국군수도병원까지 찾았지만 '파스 붙이고 휴식을 취하라'는 얘기만 반복됐습니다.

[민모 씨 / 경기도 구리]
"그냥 별거 아니라고, 군대 나오면 다 완치된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5곳의 민간병원을 돈 끝에 고관절 부위 '비구순 파열'이란 최종 판단을 받았습니다.

[조윤제 / 경희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관절염 소견인데 뒤쪽은 괜찮고 여기가 찢어진 거예요. 그런데 이 환자분 찢어진 거 확실히 보이죠? 파열된 게?"

그 사이 두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완치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민모 씨 아버지]
"부모로서 가장 마음이 아프죠. '군대 간 게 죄지.' 그러더라고요."

목발을 하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는 병사들이 눈에 띕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현역 군인들입니다.

접수창구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병사들이 넘쳐나지만, 상태가 위중한 병사들은 대부분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A병사 / 십자인대 파열 수술 환자]
"부모님이 군 병원을 딱히 그렇게 좋아하시지 않으셔서요."

[B병사 / 담낭제거 수술 환자]
"(군 병원은 환자에게) 제식, 규칙. 이런 걸 따지니까. 민간병원은 그런 게 없지 않습니까."

국군수도병원은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민간 의료진 숫자를 늘리고, 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군외상센터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진의 숫자는 태부족이고,

그나마도 진료 경험이 부족한 단기 군의관들로 채워졌습니다.

국군수도병원 출신 전직 군의관도 현실을 인정합니다.

[전직 군의관 A씨]
"전문의만 따고 와서는 실제로 바로 진료에 투입되기엔, 수술까지 하기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요."

엄격한 출퇴근 시간도 발목을 잡습니다.

[전직 군의관 A씨]
"정형외과 환자는 거의 많은 날 700명까지 오거든요. 물론 진료를 다 하지는 못해요. (그런데) 간부들도 퇴근해야 하니까 인솔 간부들이 퇴근할 시간을 맞추려면 오후 3시쯤부터는 가야 돼요. 복귀를 해야 하니까."

훈련 중 허리 디스크 탈출을 겪은 임모 씨.

사단급 부대에서 나와 군 병원의 첫 진료를 받기까지 5일이 걸렸고, 수술을 받기까지는 한달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임모 씨 / 서울 서초구]
"병사들이나 장교 간부들도 지방병원은 요양병원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치료 목적으로 가는 곳은 아니거든요. 제 때 치료도 못 받고 아파서 누워있는데 괜히 정말 아픈 거 맞냐고 물어보고."

군 의료의 기막힌 현실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전직 군의관 B씨]
"심지어 군인들 축구 할 때 옆에서 대기하라고 하고, 군청장이 사단장과 테니스치고 운동하고 직원들과 체육대회 하는데 군의관을 의무지원 나가게 하고요."

정부는 군 병원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수도병원 등 17개인 군 병원 수를 13개로 줄이고, 후방 지역은 민간의료와 협력하는 방안을 세웠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어 보입니다.

[이명철 / 전 국군수도병원장]
"현재도 수류탄 사건 터지면 거의 뭐 90% 민간병원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이 벌어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물론 급하면 뭔가 막 하겠죠. 그렇지만 제대로 된 진료 역량이 있을까 저는 의문이 생깁니다."

의료진의 기본적인 연구와 교육마저 등한시 하고 있는 군 병원.

민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

wookh@donga.com

연출 : 송민
구성 : 지한결 변아영
그래픽 : 전유근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