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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포항 지진 벌써 1년…서러운 두 번째 겨울
2018-11-12 19:59 뉴스A

포항에 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1년째 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임시구호소에 머물거나 돌아갈 곳이 없는 이재민들이 있습니다.

유례없는 지진 피해에 정부와 지자체도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입니다.

허욱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1800여 명이 이재민이 되고 3천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난 포항 지진. 폭격을 맞은 듯 깨진 벽과 주저 앉아버린 천장의 모습은 1년 전 충격을 실감케 합니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담장.

[현장음]
"아직도 그대로잖아요."

임대아파트라도 잡은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여전히 임시구호소 생활을 하는 한미장관맨션 주민들.

건물이 심하게 파손됐지만 주거 지원을 받지 못해 상당수 주민들이 이재민 신세입니다.

[홍순행 / 한미장관맨션 주민]
"다 막 일그러졌지. 그러니까 어디라고 할 것도 없고 화장실도 그렇고 바깥에 베란다도 그렇고 말을 다 못 해요."

태풍 당시 고스란히 누수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홍순행 / 한미장관맨션 주민]
"(여기 수건을 왜 이렇게 하신 거예요?)그거 물이에요. 물이 여기로 돌아서 한강이 됐거든요."

건물파손 판정은 정도에 따라 '전부 파손' '반파' '소규모 파손'으로 나뉘는데, 수리비나 주거지 지원에 차이가 납니다.

1988년 신축 당시 설계기준을 적용한 포항시의 진단은 C등급으로 '소규모 파손' 이었지만, 주민들이 선정한 진단업체는 2016년 설계기준에 따라 '전파'를 뜻하는 E등급으로 판정했습니다.

[정해천 / 포항시 건축과장]
"과거의 기준으로 해서 지어진 건축물에 현재 기준을 적용해서 안전하다 불안전하다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을 하고요."

주민들은 포항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지진 이후 조성된 임시 이주단지. 이재민들의 고민은 또 있습니다.

주거지원이 2년까지여서 이후 주거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순정 / 포항 흥해읍]
"집을 짓지도 않았는데 뭐가 있나요. 아무것도 없는데."

주민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나 노년층이다 보니 1억이 넘는 재건축 분담금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김후불 / 포항 흥해읍]
"재건축을 하면 돈을 더 많이 내야된대요. 그러니까 재건축한단 말은 있는데 지어봐야 돈 많이 내야되면 못 가잖아요."

그동안 정부가 특별교부세까지 편성하며 지진 피해 복구비로 투입한 돈은 1800억 원.

올해 2월 발생한 규모 4.6의 여진 피해는 집계조차 안 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포항시가 해법 마련에 나서길 바라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모든 피해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라던가 복구라던가 그건 시설물 관리주체(포항시)가 모든 걸 해야 하지 않습니까."

포항시는 자체 예산 300억 원을 넘게 들였지만 이재민의 고통 해소엔 역부족이라며 관련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포항 지진 이후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만 12건, 이 가운데 10건은 아직 계류 중인 상황.

[이복길 / 포항시 안전도시사업과장]
"사실은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일어났잖아요. 법적인 부분이나 재정이나 개정되지도 않았고 이러한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가는데 어려움이 많죠."

해법 없는 정부·지자체와 점점 사라져 가는 관심 속에 포항 이재민들은 차디찬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

wookh@donga.com

연출 : 윤순용 홍주형
구성 : 지한결 변아영
그래픽 :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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