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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베끼고 우려먹고…보고서 보니 ‘엉터리 연수’
2019-02-04 19:49 뉴스A

채널A는 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 폭행사건을 계기로 243개 지방 의회의 해외연수 실태를 전부 확인해봤습니다.

연수에는 당연히 세금이 지원됩니다.

하지만 연수 뒤 제출된 보고서들을 살펴보니 그야말로 베끼고 베낀 것들이었습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거침 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예천군의원 박종철 씨.

가이드까지 폭행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습니다.

7박 9일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하는 동안 시의회 두 곳, 노인시설 한 곳을 빼고는 모두 관광일정이었습니다.

의원직 제적 결정 직후 박종철 의원을 찾아갔습니다.

[현장음]
"의원님, 저 채널A 김유림 기자인데요 잠깐만 여쭤볼게요. 의원님. 오늘 (윤리위원회) 어떻게 말씀하셨어요?"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키우고 생생한 자료를 수집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지방의원 국외 연수제도.

의원 1인 당 최대 450만 원의 예산이 지원되는 이 프로그램은 외유논란이 끊이지 않고 않고 있습니다.

채널A는 전국 지방의회 243곳의 해외 연수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지난해 7월 출범해 이제 반 년을 갓 넘겼을 뿐인데 10곳 중 7곳은 벌써 한 차례 이상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재정자립도의 높낮이는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재정자립도가 12%에 불과한 경북 영양군의원 6명은 2천여 만원을 들여 4박 5일 간 대만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보고서에 담긴 '질의 응답'과 '시사점' 등 주요 내용은 2014년 대구 수성구의회 등 다른 보고서를 짜깁기 한 내용입니다.

[김형민/ 경북 영양군의원]
"느낀점이 같을 수도 안 있겠습니까? (보고서 20페이지 중 겹치는 내용이 너무 많은데) 그래서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예."

재정자립도 232위 철원군의회가 작성한 11장 짜리 연수보고서는 지역 신문기사와 인터넷 블로그를 똑같이 베꼈습니다.

[문경훈 / 강원 철원군의원]
"보고서 내용만 그렇지 저희들은 나름대로 잘 보고 많이 배우고 왔다."

재정자립도 225위 논산시의회는 2년 연속 대만 도원시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작성한 보고서 중 '정책 시사점'과 '총평' 등 2장은 작년 보고서와 판박입니다.

[구본선 / 충남 논산시의원]
"[보셨죠, 똑같죠?] 네 제가 보니까 똑같아요.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조치를 취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사과할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요."

지방 의원들은 해외 연수에서 벌이는 추태는 일상적인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A씨 / 서울 00구의원]
"공항에서 면세점 들어갈 때 엄청난 양의 술을 사더라고요. 이동할 때도 술 마시고. 외부에 나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호텔에서 계속 카지노 하고 있던 의원도 있고."

공개된 일정표의 공식일정도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B씨 / 충남 00군의원]
"처음에 계획서에는 관광지를 넣어놓지 않았을 거예요. 사실상 계획서가 두 개인 셈이죠."

[C씨 / 전북 00군의원]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들어가야되는데 몇몇 분들은 '왜 이런데까지 와서 이렇게 해야되냐고. 좋은 데 안 가고' 아예 안 가고 그냥 차 안에 있는 경우도 있었죠."

매년 반복 되는 지방의원의 엉터리 국외 연수. 언제쯤 구태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윤순용
구성 지한결
그래픽 안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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