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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응급실 돌다 위급한 환자 놓치는 ‘골든타임’
2019-02-22 20:22 뉴스A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던 건 응급실 부족 문제였지요

응급실이 없어서 중환자실이 없어서 위급한 환자들이 병원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 기막힌 현장을 김유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 쉴새 없이 밀려든 환자는 응급실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결국 복도까지 밀려 나갔습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찰나의 전쟁은 매일 밤 이어집니다.

매주 3일 이상 당직근무를 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육 현 교수. 당직실에 잠시 지친 몸을 기댈 틈도 없이 휴대폰을 꼭 쥐고 있습니다. 다른 병원의 환자이송 문의를 신속히 처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육 현/ 연세대 응급의학과 교수]
"근데 지금 오○○(정형외과 손 수술 전문의)가 아마 두 달 동안 자리에 안 계시는 것 같아. 보호자한테 그 정도는 얘기해줘. 와서 또 전원 갈 수 있다는."

하룻밤에도 50통 넘게 걸려오는 전원문의지만 받지 못하는 환자도 많습니다.

[전원 환자 보호자]
"(여기서 치료가 안 된다고 다른 병원으로?) 네, 네. 치료할 수 있는 데가, 자리가 있는 데가 (서울) 한 군데밖에 없대요."

전원은 응급실이나 수술실 또는 전문의료진이 부족한 탓에 수시로 이뤄집니다.

문제는 응급환자를 즉각 치료하지 못하고 전원 할 경우 사망률이 3배 가량 높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 에어컨에서 시작된 불이 온 집 안으로 번졌습니다.

출입문은 고장 났고, 경비원도 화재경보를 무시한데다 스프링클러도 없어 피해가 컸습니다.

15살 아들과 40대 엄마는 10분 거리의 대형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병원에는 일산화탄소 중독을 치료할 장비가 없었습니다.

[서울 송파소방서 관계자]
"고압산소치료기가 서울에 없잖아요. 원주에 있잖아요. 일단은 (가까운) 큰 병원을 가서 응급실에 가서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거지."

고압산소치료기가 있는 병원까지 옮겨지기까지 90분이 넘게 걸렸고 골든타임은 한참 지난 뒤였습니다.

[최모 씨 / 유가족]
"첫 번째 간 대형 병원 얘기가 뭐 '하루에 (응급 환자) 한 300명이 들어오는데….' 그냥 환자 분류만 하더라고요."

정부는 최근 3년 간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전원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번 옮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재 전원사례도 비일비재합니다.

두살배기 민건이는 수술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7시간 방치되다 사망했습니다.

정부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응급환자 전원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김승희 /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119 환자 이송 단계부터 중증과 경증을 나눠서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기관으로 이송이 돼야하는데…. 인력이나 장비, 의료진이 없어서 다시 전원되는 경우가 너무 많고요.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구급대원이 응급환자를 인력, 장비를 갖춘 병원에 적절하게 이송하는 게 최선입니다.

현재의 응급 의료 체계를 설계한 서울대 김 윤 교수는 현행 당직 체계를 개선하자고 주장합니다.

인력 통합 관리를 통해 각 전공 분야별로 당직의사들을 적절히 배분하자는 겁니다.

[김윤 / 서울대 응급의학과 교수]
"소화기 내과 의사, 순환기 내과 의사가 따로 당직을 서야 되고 정형외과도 그냥 일반 골절을 보는 의사와 골반골 골절을 보는 의사를 별도의 당직을 세워야 되는 거죠."

병원만 뺑뺑 돌다 사망하는 환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책과 현장, 모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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