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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상점에서 아무나 살 수 있다…‘물뽕’ 유통 추적해보니
2019-04-10 19:44 뉴스A

버닝썬 사태로 이른바 '물뽕‘의 존재가 알려졌습니다.

길거리 노점트럭은 물론 성인용품 가게에서 구매할 수 있었는데요.

여성을 노린 물뽕의 공포가 소리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서현 기자가 불법 유통경로를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은 도심 외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법 성인용품 트럭. 취재진이 손님을 가장해 접근해봤습니다.

물뽕이 있냐고 묻자 액체가 들어있는 용기를 꺼내 보입니다.

[현장음]
"이건 소주용이고 이건 맥주용."

범죄악용 소지가 있는데도 사용법까지 자세히 알려줍니다.

[성인용품 판매업자]
"먹고 시간이 30분 지나서부터 (효과가) 올라와. 요게 딱 2시간 반이면 끝나버려."

이런 약물들은 성인용품 매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성인용품 매장]
"알약으로 된 것도 있고. 약효는 약이 훨씬 낫긴 하죠. 물약은 몰래 타먹으려고 술에 넣는 거고."

이른바 '데이트 강간약'으로 불리는 성범죄에 악용되는 약들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는 겁니다.

[전직 물뽕 판매업자]
"물뽕이라고 많이 하고 여자용이라고도 많이 부르고. 브로커들끼리는 다 알아듣지."

몇 년 전까지 물뽕만을 전문적으로 유통했다는 전직 브로커 A씨. 버닝썬 등 클럽에서 사용되는 물뽕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전직 물뽕 판매업자]
"GHB만큼 쎈 거에요. 보통 나이트클럽 가기 전에 전화 많이 오거든요. 가서 약주고 돈 받고 이렇게 팔았는데"

GHB는 100ml 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고 적발되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마약입니다.

때문에 동물용 발정제 등이 섞인 최음제가 주로 사용된다는 겁니다.

이런 물뽕은 일본과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공항 인근에서 은밀하게 1차 거래가 이뤄지고

남은 물건은 서울 남대문 시장 등을 통해 유흥업소나 클럽 등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전직 물뽕 판매업자]
"인천공항에서 브로커들이 다 소화하지 못한 게 남대문 **에 퍼집니다. 거기서 아는 사람한테만 공수가 됩니다."

전직 브로커가 지목한 물뽕거래 상점을 찾아가 봤습니다.

평범한 잡화점처럼 보이는데 브로커가 다가가자 말없이 검은 봉투를 건넵니다.

[현장음]
"남자들 (비아그라)도 좀 줘. 녹여먹는 거 있잖아요."

사전에 전화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이 아니면 물건을 팔지 않을 정도로 거래는 암암리에 이뤄집니다.

구석진 곳에서 봉투를 열자 작은 플라스틱 병에 든 물뽕이 수북히 들어있습니다.

[전직 물뽕 판매업자]
"급으로 따지면 5단계가 있다고 하면 2번째는 되지. 이렇게 오리지널은 구하기 힘들어요."

효과가 강할수록 구하기 어렵고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는 겁니다.

확보한 약물을 경희대 약학대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봤습니다.

GHB와 같은 마약성분이 검출되지는 않았지만 신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만큼 유해한 물질이 함유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홍종기 / 경희대 약학과 교수]
"변형된 유사체같은 것들을 거기다 집어넣은 것 같아요. (복용하면) 안돼죠. 케미컬들이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모르고"

데이트 강간약의 또다른 문제는 피해자가 약물 복용 사실을 알지 못하고 증거도 전혀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씨 / 물뽕 피해 경험자]
"정확하게 마신 시점이나 이런 건 전혀 모르고. 그냥 수면 내시경해서 잠드는 것처럼? 그냥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없었어요."

영국출신 마약범죄 전문가는 수사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합니다.

[앤써니 헤가티 / 마약퇴치운동본부 자문위원]
"기억상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여성은 증거를 댈 수 없죠. 경찰, 지자체 등이 협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이 상황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죠."

손쉽게 구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데이트 강간약' 어느새 코앞까지 침투해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서현입니다.
newsta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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