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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이 간다]아픈 역사…철거? 보존? 미쓰비시 줄사택
2019-12-03 21:10 사회

인천에는 일제 강점기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만든 조선인 노동자 합숙소가 남아 있습니다.

노동력을 수탈당한 아픔이 서린 건물인데 이 곳을 보존할지 철거할지 논란입니다.

김진이간다, 김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김진>
저는 인천 부평구의 도심 한가운데에 나와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굉장히 오래전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낡은 집들이 모여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집들을 철거하는 문제를 두고 수년째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다른 사연을 지녔다는 이 집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건지 제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인천 부평의 주택가 한복판. 비좁은 골목 사이에 낡고 허름한 주택이 줄지어 있습니다.

부서진 외벽, 지붕이 내려앉은 집들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동네주민]
일본인들이 미쓰비시 제강 (제작소를) 들여오면서 바로 거기를 지었거든요 상당히 오래된 거예요

일제강점기, 항만과 철도를 갖춘 인천은 군수공장 부지로 최적이었습니다.

1942년, 대표적인 전범 기업. 미쓰비시 제강의 인천 제작소가 부평에 들어섰습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군의 군수품을 제작하는 공장. 전국에서 모인 조선인 노동자들이 이곳에 살았습니다.

지금 도심 속 폐허가 바로, 이 때 지어진 조선인 노동자 합숙소입니다.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목재로 만든 일본식 천장 구조물이 눈에 띕니다.

<김진>
특이한 건 천장이 뻥 뚫려있는 건데요. 저 집부터 저기까지 한 열 채 정도의 집 천장이 통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지붕 하나를 두고 열 개의 집이 줄지어있어 '줄사택'이라고 불립니다.

<김진>
(벽은) 나무와 흙으로만 채워져 있는데 흙 안에도 지푸라기가 섞여 있습니다

해방 이후, 일반 주민들이 거주하며 내부 구조가 조금씩 변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줄사택 일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물건이 발견되었습니다.

<공사현장 관계자>
공사하던 중에 일부 나온 물건이죠. 철모랑 그리고 저기 붙박이장 쪽에서 (발견된) 엽서죠

빛바랜 엽서에는, 서툰 일본어로 '요즘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는 안부를 전하는 내용이 남아있습니다.

1950년대에 줄사택에 살았던 주민이 옛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김재선 (줄사택 옛 거주자)>
이게 유일하게 (옛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화장실이에요

무려 열 가구가 함께 사용한 하나뿐인 공동화장실입니다.

<김재선 (줄사택 옛 거주자)>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요. 화장실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 (화장실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해. 그래서 줄 서서 기다리는 거지 뭐

아픈 역사가 남은 이곳에 일본 관광객들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오카모토 기로아키 / 일본인 관광객>
(조선인 노동자들이) 이런 곳에서 잘 견뎌냈구나 순수하게 역사적인 건물로서 일부분이라도 보존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당초 23개 동이 있었지만 대부분 철거됐고 그 자리에 행정복지센터 청사와 주민공동이용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남은 6개 동 중 4개 동은 내년에 공영 주차장이 됩니다.

<부평구청 관계자>
(줄사택) 두 개 동은 현재 남아있어요 그런데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결정이 안 된 상태에요

남은 2개동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

주민들 일부는 줄사택이 보기 흉하다며 철거하자는 입장입니다.

<주민>
여기 지나갈 때마다 좀 무서워요 오싹해요

<주민2>
다 쓰러져 가는 집을 무슨 보존을 해요

<주민3>
보존 값어치가 뭐가 있냐고요 저게

<주민4>
주변 집값들도 올라가지도 않고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보존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혜경 / 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작은 것이라도 현장성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무 흔적이 없으면 이후에 이곳이 어떤 장소였는지 후대들은 역사의 교훈도 얻을 수 없게 되는 거죠

아예 없애버리는 게 좋을지, 아니면 남겨 놓는 게 좋을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려 70여 년 전에 지어진 일제 강점기 상처가 아직까지 대도시 한가운데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진이 간다, 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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