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남이 해주는 라면, 몰래 먹는 라면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죠.

몰래 먹는 라면 맛이 좋아 그런 걸까요?

국내 대표 겨울 산행지 태백산 국립공원에선 라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버너 등을 이용한 취사행위는 엄연한 불법인데도 단속반원 눈을 피해 몰래 라면을 끓여 먹는 등산객들이 많았습니다.

강경모 기자가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한편에 바람을 막는 비닐덮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단속반이 덮개를 걷어보니 안에서 등산객들이 라면을 끓여 먹고 있습니다.

코펠과 버너는 물론 라이터까지 나옵니다.

[국립공원공단 단속반]
"취사 금지 구역인데 지금 취사를 하셔서 단속하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등산객]
"(취사가 불법이라는 현수막을) 오면서 봤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컵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라면을 끓여먹다 적발된 또다른 등산객, 단속반과 실랑이를 벌입니다.

(현장음)
"(신분증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 좀 하고요. 아…”

라면에 술까지 먹은 등산객은 되레 화를 냅니다.

(현장음)
"(화내지 마시고요. 선생님이 지금 음주 하셨잖아요.)
맘대로 하세요. 법대로 해, 벌금 물어도 돼. 아이 끊어~"

오늘 단속에 적발된 7건 모두가 라면을 끓여 먹은 불법 취사였습니다.

[강경모 기자]
"국립공원은 지정된 장소 외에 모든 곳이 취사금지 구역인데,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태백산 국립공원에서 이달 들어 적발된 74건의 불법행위 중, 55건이 라면을 끓여 먹은 불법 취사행위였습니다.

환경오염은 물론 산불이 날 위험도 큽니다.

[권기현 / 국립공원공단 팀장]
"(태백산은) 저지대와 고지대의 기온 차이가 급격하게 납니다. 라면을 많이 원하시는데요. 그러다보니 정상에서 불법 취사행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단속에 걸려도 처벌은 솜방망이입니다.

여러번 적발돼도 10만 원 과태료가 전부입니다.

일부 등산객들의 삐뚫어진 생각에 국립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kkm@donga.com

영상취재 : 김민석
영상편집 : 박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