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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줄폐업에 바빠진 철거업체 ‘씁쓸한 호황’
2020-04-08 19:40 뉴스A

이런 극심한 불황에도 호황을 맞은 곳이 있습니다.

폐업하는 가게를 정리해주는 철거 업체들인데요

자영업자들의 땀과 눈물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그 철거현장을 박건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장기 휴업이라고 안내하는 글이 붙은 불고기 음식점에 작업복을 입은 철거업체 직원 5명이 들어갑니다.

아침 7시 철거 공사가 시작되고 여러 손님들이 불고기를 담아 먹었던 접시들을 포함해 각종 식기들이 버려집니다.

[현장음]
"전부 폐기물. 이거 가져가서 쓰라고 해도 안 써요."

의자가 옮겨지고 TV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됐다고 자랑하던 액자도 벽에서 떨어집니다.

1억 원 넘는 돈으로 장만한 식당 비품들로 외식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 치열했던 흔적은 철거 작업 3시간 만에 사라집니다.

[박건영 기자]
"개업한 지 10개월 만에 폐업한 식당입니다.

현재는 철거가 거의 진행된 상태인데요.

이렇게 새것 같은 선반도 모두 철거 대상입니다.

벽에 붙어있는 물품이나 장식들은 다시 되팔 수 없어 폐품 신세가 됐습니다."

철거를 지켜보는 주변 자영업자들은 씁쓸합니다.

[카페 주인]
"나도 곧 그렇지(폐업하지) 않을까? 여기도 카레집 들어온 지 6개월도 안 된 것 같은데 며칠 전에 또 철거하던데."

[식당 주인]
"속상하지, 그렇다고 겉으로 내색하면 뭐해요. (우리는) 기한이 안 됐으니까 문을 못 닫는다고. 기한이 됐으면 문을 닫는데."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폐업하자 철거업체는 바빠졌습니다.

[박상남 / 철거업체 관계자]
"코로나가 발생하고 이 근래 한두 달, 석 달 정도 전부터는 그 전보다 한 50%, 60%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박건영 기자]
"제 키보다 높게 쌓여 있는 업소용 선반과 싱크대는 모두 폐업한 식당에서 매입한 겁니다.

이미 창고가 가득 차 보관할 장소가 없어 이렇게 밖에 내놨습니다."

중고 매매 시장에서 거래되는 업소용 주방용품들은 가격을 대폭 낮춰도 사겠다는 자영업자들이 거의 없습니다.

[김경한 / 중고 주방용품 매매상]
"들어오면 또 나가고, 오래된 제품은 폐기도 하고. 이렇게 되는데 나가지를 않으니까…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죠."

경기 불황이 길어지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자영업 생태계까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change@donga.com

영상취재 : 김영수
영상편집 : 변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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