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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시켰더니 치킨집서 배달?…‘유령 가게’ 경쟁
2020-07-12 20:04 사회

배달 앱으로 도시락을 시켰는데 치킨집에서 배달을 옵니다.

무슨 일인가 싶은데 요즘 이렇게 가게 한 군데가 이름만 두 개씩 쓰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일종의 ‘유령가게’라 할 수도 있겠죠.

자영업자들 얘길 들어보면 어쩔 수 없다 하소연 한다는데요.

권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모 씨.

매장은 한 군데지만 배달 앱에는 가게 두 곳을 등록했습니다.

[현장음]
"주문! 주문!"

두 가게에서 주문을 해보니 배달 기사 한 명이 동시에 음식을 들고 나옵니다.

[현장음]
"(두 군데서 주문한 거) 맞아요? 한 가게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윤모 씨 / 자영업자]
"전부터 다른 가게들이 이렇게 해온다는 걸 알고 있었고요. 코로나가 생기고 나서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한번 해보자 해서."

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점포’를 만드는 건 업계에선 흔한 풍경이 됐습니다.

[권솔 기자]
애플리케이션에서 저희 집 주변에 있다고 뜨는 도시락 가게입니다.

직접 주문해보겠습니다.

[권솔 기자]
"영수증에 적힌 주소로 와봤습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도시락 가게가 아닌 치킨 가게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A 씨 / 자영업자]
"저희가 통닭도 같이 하니까. 배달은 (밥도) 같이 하거든요."

가게 이름이 이용자 눈에 자주 띄면 선택받을 확률도 높아집니다.

그러다보니 사업자등록증 하나만 있으면 수십개도 만들 수 있는 '유령 가게'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겁니다.

[B 씨 / 자영업자]
"페이퍼 컴퍼니처럼 (만드는 거죠.)"

가게 하나당 광고비는 따로 책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배달 앱만 배불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이 유령 가게 개설을 부추긴다고 주장합니다.

[C 씨 / 자영업자]
"얘들(배달 앱)이 유도한 거예요. 따지고 보면. (상호를) 위로 올려주고 그런 식으로. 먼저 나오는 쪽이 아무래도 유리하잖아요."

배달 앱 측은 "실제 상호와 사업자명이 다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면서 소비자 기만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또 유령 가게의 광고 독식을 막기 위해, 점포가 아닌 주문건수별로 수수료를 받으려 했지만 업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채널A 뉴스 권솔입니다.

kwonsol@donga.com
영상취재 : 추진엽
영상편집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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