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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찾으면 ‘25만 호’…버려진 도심, 주택 공급 대안 될까
2020-08-08 19:50 경제

태릉골프장을 풀자 공공재건축을 늘리자. 서울에 공급 늘리겠다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사실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직 2구역 신길 6구역 재개발이 취소돼 버려진 도심만 다시 들여다 봐도 25만호.

엄청난 물량을 새로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진흙 속 진주 같은 현장을, 주말엔 경제 안건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시전문가, 지규현 교수.

서울의 주택 공급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까.

[지규현 / 한양사이버대 도시공학과 교수]
"확실했죠. 공급은 없다."

원인은 서울 안에 있는데 정작 해법은 서울 밖에서 찾고 있습니다.

[지규현 교수]
"(신도시처럼) 외곽에 택지 확보해서 성처럼 짓는 게 지속 될 수 없고. 서울 내 공급량이 확보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현장음/반투]
"재개발이 급한데 안 된 곳은?"

[지규현 교수]
"말은 서울인데 살기 어려운 굉장히 노후화된 주택이 많이 남아 있거든요. 사직 2구역"

청와대, 경복궁과 가까운 서울의 심장부지만 절반은 빈 집입니다.

주민에겐 해마다 돌아오는 장마가 지옥입니다.

[최은숙 / 사직2구역 주민(14년 거주)]
"태풍치고 난리 났을 때 우리 잠 못 잤어요."

"원래 있던 담장이 지난 며칠간의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아랫집 지붕 위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랫집엔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데 아찔합니다."

곳곳에 붙은 낙하물 경고는 빈말이 아닙니다.

촬영하는 동안 실제로 집 한 채가 굉음을 울리며 무너졌던 상황.

진작에 아파트 수백 가구가 들어섰어야 할 곳이지만 서울시가 '문화 보존'을 이유로 재개발 지역에서 해제한 뒤 3년간 아무 것도 못한 채 방치됐습니다.

[현장음]
"이것 없으면 벌써 무너졌죠. 여기서 죽어 나가야 (서울시가) 정신 차리겠죠."

주민은 서울시가 하루 빨리 재개발에 나서주길 바랄 뿐입니다.

[장진철 / 사직2구역(46년 거주)]
"집 모자라서 쩔쩔 매잖아요. 서울시에서 용적률 높여서 여기 공공 재개발 해도 주민 설득해서 할 수도 있어요."

정비구역 해제로 재개발이 힘들어진 곳도 있습니다.

[지규현 교수]
"(재개발) 진행이 안 되는 동안 자기 땅에 건물을 새롭게 하면 노후도 기준에 안맞게 되죠.
신길6구역이네요."

한때 초역세권으로 주목받던 곳입니다.

"작은 길을 경계로 재개발이 끝난 아파트촌과 방치된 신길 6구역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재개발이 좌초된 신길6구역에는 빌라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재개발을 포기하자 곳곳이 공사판.

[신길6구역 주민]
"한 2년. 근방에 생긴 거 보면 아시잖아요. 지금도 공사하고 있어요."

일부 땅 주인들이 각자도생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신길6구역 공인중개사]
"원룸 같은 것 지어서 수익성 내겠다는 것이죠. 다섯 개 정도 더 지으면 (재개발) 안 되죠."

사직2구역과 신길6구역은 버려진 서울 도심의 극히 일부입니다.

[지규현 교수]
"서울시의 정비사업구역이 해제된 지역만 393개잖아요. 거기서 추진돼 나올 수 있는 물량 계산해보니 25만 호."

지 교수는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재개발을 통해 공급 계획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지규현 교수]
"당장 집값이 잡히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주거의 질에 비해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시장은 형성되지 않을 것이고, 안정화될 것이다. 안정적인 공급 정책, 정부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겠죠."

채널A뉴스 안건우입니다.

srv1954@donga.com
영상취재: 추진엽 최혁철
영상편집: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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