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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화재’ 형제, 보호자 분리 요청에도…법원 “상담 치료”
2020-09-17 19:45 사회

인천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보호자도 없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 중상을 입었습니다.

형제의 엄마는 지난달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아동보호기관이 엄마와 형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요청까지 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구자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자 아이 두 명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릅니다.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천진난만하게 몸을 흔들기도 합니다.

편의점 직원은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자주 편의점에 들렀다고 말합니다.

[편의점 직원]
"아동급식카드로 되는 게 한정돼 있어서 우유나 음료 같은 거 (사 갔어요)"

이웃 주민들도 평소 아이들이 엄마 없이 방치된 일이 잦았다고 말합니다.

[이웃 주민]
"(엄마가) 아이들을 방치하는 스타일. '야, 빵 사' 이게 아니라 '야! 빨리 사!' 이런 식으로. 언어 폭력적으로."

[이웃 주민]
"애들을 조금 혹사시키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무거운 짐 같은 것을 심부름을 많이 시켰고 애들이 그걸 힘들어했어요."

30대 여성이 아이들을 방치한다는 신고가 이어지자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의뢰 내용에는 10살 짜리 큰 아들을 폭행하고 아이들을 방치한 정황이 포함됐습니다.

아동보호기관은 가정법원에 아이들을 엄마로부터 분리해달라는 요청도 했습니다.

비위생적인 주거환경 등을 근거로 들었는데, 법원은 3개월 간의 조사 끝에 분리 보호 대신 상담치료 처분을 내렸습니다.

아이들이 분리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다른 사항을 살펴봐도 분리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법원의 결정이 나온지 약 보름 뒤인 지난 14일.

엄마없는 집을 지키던 아이들은 배고픔을 달래려 라면을 끓이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송창진 / 소방위 (화재당시 출동대원)
"큰 애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둘째는 침대 밑에 있는 화장대 밑에 그 안쪽에 있었습니다. 의식은 없는 상태였습니다. 두 명 다."

경찰은 여성을 아동학대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아이들이 엄마로부터 분리돼 보호받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채널A 뉴스 구자준입니다.

jajoonneam@donga.com
영상취재 : 조세권
영상편집 :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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