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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휘슬’ 울렸지만…멈추지 않는 체육계 ‘폭행’
2020-12-01 20:02 사회

지난 6월,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최숙현 선수 사건 기억하실 것입니다.

관련자 처벌은 제대로 됐는지, 체육계의 폭력은 근절됐는지, 우현기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리포트]
고 최숙현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관계자들.

검찰은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모 전 감독과 주장 장모 씨에게 각각 징역 9년과 5년을, 수사 중 폭행사실을 인정한 선배 선수 김모 씨에게는 징역 8개월을 구형했습니다 .

팀닥터 안모 씨에 대한 결심공판은 내일 열립니다.

[김모 씨 /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최숙현 선수와 피해자들에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가해자들이 법정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최 선수 아버지는 진정성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최영희 /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
"진정한 사과 모습이 아닌 것 같아요. (가해자) 부모님과 내가 통화를 시도했지만 안 됐고, 저희한테 전화 한 통화도 없었고."

또 다른 피해 선수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질지 걱정이 앞섭니다.

[전미경 /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구형량을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저희가 그동안 겪었던 고통은 말로 할 수가 없는데. 피해자 낙인이 찍혀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데…"

고 최숙현 선수는 감독과 주장, 팀닥터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려왔습니다.

"(닥터 선생님께서 알아서 때리시는데 아프냐?) 아닙니다.
(죽을래?) 아닙니다. (푸닥거리할래 나하고?) 아닙니다."

고통의 흔적은 일기장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현재 팀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숙소에 가봤습니다.

불이 모두 꺼져있고, 몇 달째 수도요금도 밀려 있습니다.

경주시체육회는 새로운 감독을 뽑아 내년부터는 남자팀만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여자팀은 사실상 공중 분해된 겁니다.

선수단 숙소는 경산에서 경주로 옮깁니다.

[여준기 / 경주시체육회장]
"관리 감독도 잘 안 되는 측면도 있고 12월 달부터는 숙소랑 운동할 수 있는 근거지를 경주에 마련하려고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체육계 폭력이 완전히 뿌리뽑힌 건 아닙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7명 중 1명은 최근 3년간 폭력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최 선수의 피해 신고를 받고도 신속하게 조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대한체육회는 뒤늦게 추가 대책을 만들었습니다.

인권 전문가를 보내 실업팀 합숙훈련을 점검하고 지역별 핫라인 신고제를 운영하기로 한 겁니다.

문체부는 별도 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를 만들어 지난 9월부터 상담 신고도 받습니다.

센터에는 폭력 관련 신고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습니다.

[최태웅 / 스포츠윤리센터 교육홍보팀장]
"체육계 폭력 실태나 예방을 위해서 징계 (이력)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요. 예방 교육과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최 선수 아버지는 감독이 절대 권력을 갖는 체육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영희 / 고 최숙현 아버지]
"선수가 을이면 부모는요 감독한테 찍 소리도 못합니다. 감독이 부모의 그런 마음을 이용한 것 같아요. 이제 앞으로는 인권을 유린하는 그런 스포츠인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가해자들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18일 내려집니다.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영상취재 : 조세권
영상편집 : 차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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