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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다]“8년 버티면 시민권 신청 자격”…목숨 건 여정
2021-01-24 20:04 뉴스A

4천 킬로미터 넘는 거리를 오직 살기 위해 걸어야하는 사람들.

경제도 치안도 파탄 지경인 중미 지역 얘기입니다.

살던 데를 떠나 여기저기 떠도는 이들에겐 ‘캐러밴’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들은 오직 미국에 도착하는 것만이 살 길인데요.

이민자에 매정한 트럼프 정권이 바뀌면서 일말의 희망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8년을 거주하면 불법체류자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바이든표 이민법 때문입니다.

세계를 보다. 한수아 기자가 담았습니다.

[리포트]
봉쇄된 국경 앞,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한 아이 엄마는 그만 울고 맙니다.

최루탄을 쏘고 몽둥이를 든 과테말라 군경에 결국 막혀버린 겁니다.

[카를로스 헤르난데즈 / 온두라스 이민자]
"돌아가도 아무 것도 없다고요."

온두라스 캐러밴 9천 명 중 3분 1은 되돌아갔고 나머지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  

[루이스 가르시아 / 인권 변호사]
"이들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 뿐입니다. 가느냐, 죽느냐."

이들은 왜 북으로 향할까?

살인율과 빈곤율이 높은 고향을 떠나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으로 가는 길은 최장 4천 km.

코로나19로 삼엄해진 경비 탓에 과테말라와 멕시코 국경을 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멕시코를 통과해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어지는 3천km 이상의 트럼프 국경 장벽이 이들을 가로막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전 대통령(지난해 10월)]
"바이든은 이민정책의 이해가 전혀 없습니다. 살인자는 물론 강간범, 악인들이 들어올 겁니다."

실제 연 평균 65만 명에 달했던 미국 내 신규 이민자는 트럼프 집권 이후 3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미국 시민]
"(불법 이민자들은) 침략이고 무법입니다."

[모린 말로니 / 미국 시민] 
"불법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건 법을 어기는 일에 상을 주는 거예요."

공화당은 벌써부터 4년 뒤 대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합니다.

[미치 맥코넬 /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지난 21일)]
"미국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불러 일으키고 미국 노동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것입니다."

실제 바이든 정책에 동의하느냐는 여론조사에 흑인들의 86%, 중남미 이민자들을 포함한 히스패닉의 72%가 지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국경 장벽 예산 중단을 약속했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지난해 8월)]
"더 이상의 국경장벽은 세워지지 않을 겁니다."

캐러밴들은 다시 희망을 품습니다.

[에베르 소사 / 온두라스 이민자]
"새로운 대통령이 왔으니 그의 답만 기다립니다."

[마리나 카스틸요 / 과테말라 이민자·멕시코 쉼터 3년 거주]
"멕시코에서 오래 있게 될 줄 꿈에도 몰랐죠. 미국으로 가서 가족들과 지내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전세계 코로나19 감염자가 가장 많은 미국이 이민자들을 다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민정훈 / 국립외교원 교수]
"(불법 이민자가) 밀물듯이 몰려들어오면 미국은 어떻게 할거냐, 이런 식의 논의가 증폭되면 바이든 행정부도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불법 체류자라도 미국에 8년 이상 거주하면 시민권 신청 자격을 주는 바이든표 이민법.

통합의 시작이 될 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한수아입니다.

sooah72@donga.com

영상편집: 변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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