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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비좁은 물범바위 자리싸움…“인공쉼터 이용해 주세요”
2021-04-05 20:00 사회

매년 봄이면 백령도를 찾아오는 귀여운 손님, 천연기념물 점박이 물범을 위해 인공 쉼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의도대로 물범들이 잘 활용하고 있는지 여현교 기자가 점검해봤습니다.

[리포트]
인천에서 4시간 정도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서해안 최북단 섬 ‘백령도’입니다.

국내에서 점박이물범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한데요.

정부가 이곳에 조성한 인공쉼터, 잘 관리되고 있는지 현장으로 갑니다.

백령도 선착장인 용기포항에서도 다시 작은 배를 타고 들어가면 나오는 점박이물범 서식지.

바위위에 옹기종기 올라와 있는 점박이물범들이 보입니다.

배를 뒤집고 누워 있기도 하고 가만히 햇살을 쬐며 털을 말리기도 합니다.

수영을 하며 물과 바위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점박이물범들은 겨울에 랴오둥만으로 이동해 새끼를 낳고, 봄이면 다시 백령도 등으로 돌아와 가을까지 서식합니다.

"포유류인 점박이물범은 호흡과 체온조절을 위해 이렇게 주기적으로 바위위에 올라와 쉬어야 합니다."

하지만 바위가 협소한 상황.

특히 여름철이 되면 좁은 바위 위로 100 마리 넘게 모여듭니다.

"기존 점박이물범들이 올라와 쉬는 물범바위인데요 이곳은 자리가 부족해 약한 개체들이 밀려나기도 합니다."

[지역 어민]
"먼저 편안한 자리를 찾기 위해서 올라와서 싸우기도 하고 그래요. (자리가)부족하니까."

그래서 정부가 지난 2018년 예산 18억원을 들여 기존 물범바위 인근에 바위섬처럼 생긴 인공쉼터를 조성했습니다.

조성한지 6개월 정도 뒤 촬영했던 모습입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요즘도 인공쉼터에 올라와 쉬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해양수산부가 관련 단체를 통해 물범들이 인공쉼터에 올라왔던 횟수를 확인해 보니, 조성한 다음해에는 7번, 2020년에는 5번 정도였습니다.

물범들이 모여드는 기존 물범바위와는 비교 되는 상황.

백령도 내 모니터링단과 전문가들은 크게 2가지 이유를 꼽습니다.

[이승호 / 한국종합연구소]
"일단 인간의 간섭이 없어야 하고요. 소음, 진동 이런 거에 굉장히 민감하잖아요."

실제로 인공쉼터에서 불과 100m 정도의 거리에서, 어민들이 작업중입니다.

[지역 어민]
“다시마 메는 날은 작업복 입고 저기까지 들어가서 채취하는 거 같던데.

[지역 어민]
"사람들이 오면 다시 내려가. 자기들을 건드릴까봐. 사람을 무서워하니까."

[지역 어민]
"쉼터엔 안 올라와 아직. 갈매기 쉼터야 갈매기 쉼터."

또 지난해 태풍으로 인해 모양이 변형된 것도 요인으로 꼽히는데,

해수부는 조만간 보수공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박신영 / 백령고등학교 물범동아리]
“일반 바위들과 달리 인공 쉼터에 작은 돌로 만들어졌는데 그게 파도에 따라서 돌이 움직이면서 고르지 못해서요”

어민들도 점박이물범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옵니다.

[김정운 / 인천녹색연합]
"어민들도 어떻게 우리가 배려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물범들도 저기를 어떻게 잘 이용을 할 수 있을까 서로의 시간이 필요하겠다 라는 게…"

최근 충남 가로림만에서도 물범 보호를 위한 관련 조례안이 통과된 상황이여서,

백령도 인공쉼터가 성공적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세밀한 진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카메라 여현교입니다.

1way@donga.com
PD 김종윤 석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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