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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천 구피, 겨울에도 살아남았나? 2019-03-06 | 0 회

2019년 2월 어느날 , 경기 이천시 죽당천.

오늘 기온 영하 4도인데요. 과연 야생 구피들이 잘 살고 있을지 한 번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허욱 기자와 함께 나왔습니다. 허 기자님 안녕하세요.

(열대어 구피가 산다는) 제보를 받았을 때 말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허욱 / 채널A 기자]
진짜 있을까? 긴가 민가 했는데 막상 물에 들어가 보니 열대어가 눈에 확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엄청 신기했죠.

오늘 날씨가 춥잖아요. 과연 우리가 확인할 수 있을까? 좀 어떻게 보세요?

[허욱 / 채널A 기자]
일단 무조건 들어가서 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준비물 챙기고 구피 찾기 시작.

[허욱 / 채널A 기자]
뭐야 뭐야 뭐 있어.

들어가자마자 구피 존재를 확인한 두 기자, 본격적으로 구피 잡는 걸 시도해봤습니다.

엄청 따뜻하네. 엄청 따듯해. 안에 있는 게 뭔가… 목욕탕에 온 거 같아요. 온탕.

[허욱 / 채널A 기자]
가운데 쪽은 물살이 상대적으로 빠르잖아요. 물살이 느리고 수초가 많은 곳에 (구피들이 있어요)

이쪽에 수초가 보이거든요? 여기를 한 번 공략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본 게임 시작하기도 전 망가진 뜰채. 반면 유경험자인 허 기자는 도구 없이도 한 번에 구피 잡기 성공!

드디어 초보자인 이 기자도 구피 포획 성공.
구피천이라 불릴 만큼 죽당천에는 구피가 굉장히 많았는데요. 알록달록한 수컷 구피 성체도 보였습니다. 이 구피들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요?

[지나가던 아주머니]
(듣기로는) 누가 많은 걸 쏟아 놨다 그러더라고요

[김경수 / 가장 억울한 수족관 사장]
더블 스워드라는 종인데, 일단은 제가 그걸 판매한 적은 없었고… 아마 개인들이 키우다 어려워서 넣거나 그게 발단이 됐는데, 지금 구피가 믹스가 됐어요. 순수 종이 아니에요.

멸치 떼 잡듯이 잡힙니다. 이게 참 말이 되는 건지.

[허욱 / 채널A 기자]
다 크면 또 낳을 거 아니야

(어항에) 암컷 구피랑 수컷 구피랑 한두 마리, 서너 마리 이렇게 넣었는데, 그냥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는 거예요. 어항 전체에 구피로 가득 찬다는 거지.

죽당천을 7개 구간으로 나눠보면, 구피는 주로 상류인 1~4구간에 출몰하는데요. 인근 반도체 공장에서 배출된 따듯한 폐수가 한 겨울에도 죽당천의 수온을 섭씨 26도로 유지해서 구피가 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합니다.

죽당천에 구피가 산다는 소문이 난 후 많은 열대어 마니아와 유튜버들이 구피를 잡아갔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새끼를 많게는 100마리 가량 낳기 때문에 개체수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대구 금호강.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 야생 열대어를 잡을 수 있는 곳은 이천 죽당천뿐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여기는 대구 금호강인데요. 일명 역돔이라고 불리는 야생 열대어를 여기서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정명화 / 낚시 고수 (틸라피아 애정남)과 함께 역돔 즉 틸라피아 낚시 도전에 나섰습니다.

선생님, 본격적으로 낚시 한 번 해볼까요?

[정명화 / 낚시 고수 (틸라피아 애정남)]
네.

본격 촬영 전 50cm짜리 대형 누치를 낚은 정명화 프로.
낚시 시작 2시간째. 나타날 기미가 없는 틸라피아와 외로운 싸움 중입니다.

[정명화 / 낚시 고수 (틸라피아 애정남)]
틸라피아가 입질하는 걸 보면 먹이활동도 하지만 우리나라 누치와 같이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걸 되게 싫어해요

이 근방에 틸라피아가 많은가 봐요. 계속 이쪽으로 던지는 걸 보면?

[정명화 / 낚시 고수 (틸라피아 애정남)]
그쪽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물이) 깊으니까.

틸라피아는 좀 사나운 성품인가 봐요?

[정명화 / 낚시 고수 (틸라피아 애정남)]
아뇨. 되게 생각보다 예민해요. 옆에서 소음이 난다든가, 이상 기미가 있으면 애들이 싹 다 빠져요.

한참 만에 입질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틸라피아일까요? 아쉽지만 아까보다 더 작은 누치였습니다.

좋은 징조인가요, 나쁜 징조인가요?

[정명화 / 낚시 고수 (틸라피아 애정남)]
틸라피아 낚시로는 조금 나쁜 징조지.

우리는 누치는 방생했습니다.

고기가 안 나올 때 기분이 어떠세요?

[정명화 / 낚시 고수 (틸라피아 애정남)]
별 생각 없지.

7시간에 걸친 긴 낚시 끝에 내린 결론.

[정명화 / 낚시 고수 (틸라피아 애정남)]
포기하는 게 낫겠습니다

오전 10시부터 기다렸지만 틸라피아는 한 마리도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촬영 종료.

한겨울이지만 금호강 하류의 수온은 19도로 유지됩니다. 틸라피아가 추운 겨울에도 살아남은 이유 역시 근처 하수처리장에서 방류되는 온수 때문. 하지만 올겨울에는 온수 방류량이 줄어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에 의해 우리 땅에서 살게 된 구피와 틸라피아,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김수환 /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 전임연구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자연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실 일단 방사를 하면 안 되는 거죠. 책임을 가지고 관리를 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죽당천 구피들과 열대어들을 없애는 일, 아주 간단합니다. 인근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의 온도를 조금만 떨어뜨려도 이들은 살 수가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사람이 키우다가 사람이 버려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살게 된 구피들을 모두 없앴다는 것. 왠지 모를 찜찜함과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죽당천 구피들의 운명, 과연 어떻게 될까요? [빽투더뉴스]였습니다.

이틀 뒤 죽당천을 다시 찾은 빽투더뉴스팀.

아 이거 큰일났어… 블랙(네온)테트라라는 것 같은데. 구피가 아닌 열대어들도 있어.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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