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대한민국 1세대 파퍼와 국악인이 만든 음악이 온 국민의 눈과 귀를 매료시켰습니다. 팝핀현준-박애리 씨 부부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팝핀현준> 안녕하세요.
박애리> 안녕하세요.
송찬욱>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사람이 만났다 이런 얘기 좀 듣지 않으신가요?
박애리> 많이 그냥 겉모습으로 보면 이미지가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거든요.
송찬욱> 닮았다고요?
박애리> 네, 얼굴 생김새라든지 표정이라든지요. 근데 하는 일이 다르다 보니까 굉장히 많이 달라 보인다 그런데 결국은 다 예술 속에 있는 장르들이 만나는 접점이 오히려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보다 저희는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교집합이 더 많은 사람인데 왜 다르다고 보실까 하는 생각을 저희들은 합니다.
팝핀현준> 아마 문화가 두 개가 다르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송찬욱> 그러니까 스트리트 댄스와 국악의 만남 이것 때문에 참 독특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으신 것 같은데 근데 벌써 올해로 결혼 9년 차라고 하더라고요. 슬하에 따님을 두셨는데 따님 이름이 남예술양이더라고요. 어떻습니까? 예술적 재능이 실제로도 있습니까? 이름처럼?
팝핀현준> 일단 태명이 예술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이름을 지었는데 두 예술가가 낳은 자식이니 얼마나 예술이겠나 그래서 이제 예술아 예술아 이렇게 부르다가 이름을 예술로 지었는데 친구가 정말 예술적 재능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좋아는 하더라고요. 엄마가 노래를 부르면 같이 따라 부르고 제가 춤을 추면 함께 그 춤을 추면서 즐거워하고 가끔 공연도 같이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이 친구가 저희 예술적 재능을 반반씩은 그래도 갖고 태어나지 않았을까 기대가 되는 친구입니다.
송찬욱> 근데 어머니 입장에서 보셨을 때 따님이 노래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춤에 더 있는 것 같아요?
박애리> 제가 봤을 때는 노래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송찬욱> 어머니 닮았네요.
박애리> 주로 엄마들은 다 거짓말쟁이가 된다고는 하지만 예술이가 2개월 때 옹알이를 추임새로 했거든요.
송찬욱> 그래요?
박애리> 네 누워가지고 있을 때 제가 "아리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그러면 "애옹" 이렇게 추임새를 할 부분에 옹알이를 했어서 우리 딸은 뭔가 판소리에 어떤 재능을 타고난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신영희 선생님께서도 "네가 그냥 엄마니까 그러겠지" 하시다가 영상을 보시더니 "어머머 정말로 어쩜 이렇게 딱 그 장단 사이사이로 옹알이를 하느냐"고 판소리 하면 잘하겠다고 옆에서도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송찬욱> 그런데 이제 아버지가 보시기에는 아기가 꺾기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셨을까요?
팝핀현준> 춤은 제가 많이 가르쳐봤는데 제가 추는 춤이 과격하다 보니까 친구가 무서워하는 것도 있고
송찬욱> 아직은요?
팝핀현준> 아직은요. 그리고 이제 솔직히 친구가 저는 춤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아무거나 본인이 원하는 거 했으면 좋겠어요.
송찬욱> 그러면 계속 예술인으로 키우겠다 이런 생각 있겠네요.
팝핀현준>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예술인으로 키우고 싶고요. 현재 그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건 그림 그리기입니다.
송찬욱> 그렇군요. 그림 하면 제가 알기로는 팝핀현준 씨가 원래 화가가 꿈이셨다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팝핀현준> 그러게요. 제가 어릴 때 화가가 꿈이었는데 저는 그 꿈을 늦게서야 조금 조금씩 꿈을 펼치고 있거든요. 그런데 예술이는 어릴 때 그림 그린 걸 보니까 정말 그림에 재능도 있고 구도도 좋고 아주 상상력이 풍부한 제 딸이지만 참 천재적인 아이인 것 같습니다.
송찬욱> 화가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나 더 여쭤보면 저는 위안부 할머니 초상화를 그려서 기증하기도 하셨다 그러더라고요.
팝핀현준> 제가 본격적으로 화가로서 활동한 지는 별로 안됐는데요. 어릴 때부터 정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또 그림을 꾸준하게 그리다 보니까 좋은 기회에 위안부 할머님들 돌아가신 10분에 대한 초상화를 함께 작업할 생각 없냐는 나눔의 집에서 제의가 왔었어요. 저희가 그러면 흔쾌히 그런 제가 10분을 그려서 굉장히 큰 사이즈로 그렸거든요. 100호 사이즈로 10분을 그려서 그 작품과 모든 부대비용을 다 한꺼번에 해서 기부를 했죠.
송찬욱> 그리고 이제 박애리 씨께서 불러주신 창, 정말 유명한 게 너무나 많은데 사람들이 가장 이제 잘 아는 노래하면 드라마 '대장금'의 OST '오나라' 일 것 같아요
박애리> “오나라 오나라 아주오나 가나라 가나라 아주가나” 드라마 '대장금' 주제곡을 우연한 기회에 부르게 됐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 가르치러 갔다가 아이들 목소리만 녹음을 할 예정이었었는데 녹음실 스튜디오에서 갑작스럽게 결정이 됐어요. 박애리 선생님 목소리도 녹음해서 드라마에 사용하고 싶다고 흔쾌히 "좋죠" 했었는데 그 덕에 대체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소리를 지금 한 34년째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어디 가면 제 연배에 비해서 선생님 소리를 일찍 듣기도 하고 그런데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이나 이런 곳에 가서 "언니" 소리를 처음 들어봤어요.
송찬욱> '오나라' 덕분에?
박애리> 네 그만큼 많은 분들이 우리 국민들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아직까지도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시고 굉장히 감사해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송찬욱> 1세대 한류 스타신 거네요?
박애리>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 스타였네요.
송찬욱> 두 분이 워낙 예술적으로 실력이 있으신 분들인데 두 분이 결혼하셔서 더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각각 두 분이 같이한 공연 중에 기억에 가장 남는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박애리>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아무래도 저희 결혼식이 아닐까 싶어요. 결혼식을 공연으로 만들어서 올렸었거든요. '그와 그녀의 이야기'라고 포스터를 찍었어요. 다른 분은 청첩장을 찍으실 때 저희는 공연 기획안을 만들고 포스터를 찍었는데요. 그 처음 그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 그와 그녀가 만들어 갈 이야기를 담았다는 그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고. 그 결혼식 공연 덕분에 저희가 함께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점 확장이 됐던 것 같아요.
송찬욱> 팝핀현준 씨는 혹시.
팝핀현준> 저와 와이프를 만나게 해줬던 초창기 '뛰다 튀다 타다' 작품. 그 작품이 아마 팝핀현준과 박애리를 만나게 한 오작교 역할을 하지 않았나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고요. 매 순간순간이 저는 와이프와 함께 하는 공연이 저는 즐겁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정말 배울 게 너무 많은 최고의 아티스트이자 색시.
박애리> 그리고 현준 씨를 통해서 어떤 다른 문화를 제가 엿보게 되고 직접 배워도 보게 되고 매력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하면 보다 하나로 잘 융합시킬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정말 같이 다니면서 자려고 누웠다가도 아니면 아침에 식사를 하다가도 같이 이야기를 하는 순간순간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할 수 있으면서 또 다른 작품들을 하나씩 만들어내게 되고. 정말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예술인과 예술인으로 만났다면 이만큼의 고민은 못 했을 것 같은 거예요. 부부라서 할 수 있는 부부라서 나눌 수 있는 교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아진 것 같아서 결혼하고 나서 보다 많은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건 틀림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송찬욱> 이렇게 서로가 예술적인 영감을 서로 주고받는 사이인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을 하다 보면 의견충돌도 있지 않나요?
팝핀현준> 있어요, 있는데요. 그 의견충돌에 대해서 잡음이 날 수가 없는 게 너무나 다른 문화기 때문에 서로 잘 몰라요 그래서 만약에 제 색시가 한국 전통문화는 이렇게 하는 게 맞아라고 얘기하면 제가 모르는 분야기 때문에 그렇구나 내가 몰랐어 하고 받아들여지고. 또 힙합은 이런 거야 제가 가르쳐주면 솔직히 힙합을 굉장히 잘해요 랩도 잘하시고 춤도 잘 추시고 그래가지고 함께하면 싸우는 일보다는 재발견. 박애리한테 이런 재능이? 하는 재발견하는 재미가 또 있어서 싸우지 않습니다.
박애리>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남편인 팝핀현준 씨가 많이 발견해주고 계세요.
팝핀현준> 정말 잘하세요.
송찬욱> 제가 보고 싶다고 하면 너무 사치일까요?
박애리> 근데 아까 제가 교집합에 대한 말씀 잠깐 말씀드렸었는데 "어차피 잊어야 할 사람이라면" 이런 랩에 대한 부분이 판소리에도 담겨있거든요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궤 두 짝을 털어 붓고 나면 도로 수북" 이게 판소리 휘모리장단에 얹은 소리인데 외국 친구들이 들으면 랩 같다고 그래요.
송찬욱> 그럴 수 있겠어요.
박애리> 네 어떤 비트 리듬에 맞춰서 강약을 조절하면서 소리의 맛을 살리는 거잖아요. 그리고 춤도 저는 정말 젊었을 때 소위 놀아보지를 못했어요. 클럽에도 문턱도 넘어보질 못했는데 현준 씨가 춤 동작 같은 것들을 가르쳐주면 요즘에는 어떤 문워크 뒤로 걸어가는 문워크 동작이라든지
팝핀현준> 공연에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박애리와 팝핀현준이 함께 춤을 추는 모습.
송찬욱> 반대로 국악은 배우신 것 없으세요?
팝핀현준> 제가 많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사찰가' 같은 단가도 한번 배워보고 근데 어렵더라고요. 어렵고요 그리고 이제 조금 더 많이 배우고 연습해서 제가 꼭 한번 창을 그런 판소리를 한번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송찬욱> 지난해는 우리 이제 박애리 씨가 '춘향가'를 완창했는데 저도 깜짝 놀랐어요 무려 6시간이나.
팝핀현준> 6시간 반이죠.
송찬욱> 6시간 반이요? 그걸 남편으로 봤을 때 어떠셨어요?
팝핀현준> 솔직히 처음엔 굉장히 걱정이 많이 됐어요.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무리가 갈 텐데. 그리고 6시간 반을 제가 같이 봐야 된다는 거에 겁도 좀 나더라고요. 지루하면 어떡하나 이런 근데 진짜 딱 시작되고 나서 끝날 때까지 제가 흠뻑 빠져들었다가 나왔어요. 제가 춘향이도 됐다가 이몽룡도 됐다가 사또 됐다가 여러 가지 캐릭터에 몰입될 수 있다라는 감동 그리고 앞에 서서 저렇게 완창하고 있는 보석 같은 보물 같은 여자가 내 색시라는 거에 너무 감동스럽고 내가 더 열심히 살아서 저분을 지켜드려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지금도 보면 대견하고 너무 멋있어요.
송찬욱> 반대로 팝핀현준 씨 공연을 보면 사실 굉장히 격렬하게 춤을 추는 게 많잖아요. 근데 이제 아내 입장에서 조금 걱정은 안 되세요?
박애리> 걱정이 많이 되죠. 몸이 다칠까는 걱정도 걱정이지만 어떨 때 저는 무대에서 현준 씨를 못 보는 때가 있어요.
송찬욱> 어떨 때죠?
박애리> 관객분들한테 제가 같이 무대에 설 때 노래는 귀로 들으시고 현준 씨 춤사위를 봐주십사 말씀을 드려요. 제 노래가 현준 씨 몸에 스며서 그것이 다시 발현되는 듯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현준 씨를 저도 저 또한 바라보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현준 씨 춤 사위에 묻어나는 그 어떤 여러 감성들이 저한테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을 가져다주더라고요. 그래서 어떨 때는 계속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서 노래를 못할 것 같아서 현준 씨를 못 보고 다른 곳을 바라보곤 하거든요. 제 주변에 국악 하시는 여러 인간문화재 선생님들께서도 안숙선 선생님께서도 국립창극단에 계시는 여러 선생님들께서도 "네 남편은 정말 팝핀계에도 문화재 제도가 있다면 인간문화재를 주고 싶다."
송찬욱> 마지막으로 질문 드릴게요. 두 분 몇 살까지 같이 공연을 할 수 있을까요?
팝핀현준> 저희한테 리미트는 없는 것 같고요. 또 저희 부부가 늙어서 노부부로 예술가로서 활동을 끝마치고 이 세상 사람이 안 된다고 해도 우리 후배들이 그걸 연속해서 진행하게 되면 저희는 그 예술혼 안에서 살아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여러분들과 교감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지금이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잖아요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그래서 오늘 열심히 또 열심히 하루하루를 예술가로서 살고 그게 곧 저희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네 알겠습니다. 사랑하는 부부이자 예술적 동지이기도 한 팝핀현준-박애리 씨 부부 오래오래 열정적인 퍼포먼스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팝핀현준-박애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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