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상황이 왔는지 좀 따져보겠습니다.
정치부 전혜정, 경제정책산업부 서상희 기자 나왔습니다.
[질문1]
서상희 기자, 결국 고통을 감수해달라, 국민에게 기대는 상황이 됐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저희가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는데요.
우선, 일찍 터트린 샴페인입니다. 먼저 어제 정은경 청장 이야기 들어보시죠.
[정은경 / 질병관리청장]
"오랜 코로나 대응으로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 신호가 사람들의 접촉을 증가시키고…전파 속도가 빠른 델타 변이의 증가가 지금의 유행 급증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5월 중순 정은경 청장은 백신 접종자 노마스크 인센티브 관련해 "아직 예방접종률 7%라"며 시기상조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열흘 뒤 방역 당국은 "7월부턴 백신 접종하면 야외에서 마스크 안 써도 된다" 이런 인센티브를 발표했는데 이때 백신 접종률 여전히 7%대였습니다.-
갑자기 말을 바꾸고 당근부터 꺼내기 시작한 겁니다.
[질문 2-1] 전혜정 기자, 5월부터 풀 거라고 바람잡은 건데,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건 여당, 정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지난 5월에 방역 당국이 거리두기 단계 완화를 예고한 뒤죠.
당시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놨는지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송영길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달 4일)]
"과감한 재정 정책을 통해 민생을 회복시켜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는 지금부터 관련 준비에 나서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지난달 7일)]
"우선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국민들께서 좀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하고, 올 추석도 추석답게 가족을 만나고, 적어도 가족끼리는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부겸 / 국무총리(지난달 9일)]
"여름휴가를 더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고… 백신 접종을 완료한 분들에 한해서 이르면 다음 달 7월부터 단체여행을 허용하고자 합니다."
[질문 2-2] 이렇게 당정청의 목소리를 모아놓고 보니, 정말 괜찮나보다, 이런 생각이 들 법도 한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저 때가 6월 초거든요.
문 대통령은 지난 5일에서야 "비교적 코로나를 잘 통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날 확진자가 천명 대로 폭증했습니다.
방역보다는 재난지원금 지급 등 소비진작 방안에 집중하다가 뒤늦은 경고를 내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질문 3-1] 서상희 기자, 이 상황까지 온 두 번째 키워드는 뭡니까?
백신 부족입니다.
최근 백신 하루 접종 건수를 보면요.
6월에는 하루에 최대 1백만 명이 맞기도 했지만 6월 20일 이후론 1/10 수준으로 떨어져 지금까지 말 그대로 백신 보릿고개를 겪고 있습니다.
7월 말에는 백신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지만 1차 접종률 30%, 2차 완료 10%에 묶여 있는 사이 결국, 4차 대유행이 뻥 터진 겁니다.
[질문 3-2] 전혜정 기자, 문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 G7 정상회의 때도 백신 문제는 자신하지 않았나요?
한미정상회담 당시 양 정상이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결정하고, 얀센 백신도 지원받았죠.
이후 문 대통령은 유럽 주요국을 순방하면서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구상 등 K-방역 홍보에 집중했습니다.
북한에도 백신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힐 정도로 수급엔 자신감을 보였는데요.
당시에도 우리 국민이 백신을 다 맞지도 않았는데, 섣부른 언급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질문 4] 서 기자, 델타 변이도 이야기해 봅시다. 델타 변이가 우리나라에 처음 뚫린 게 4월인데, 지금까지 뭘 한 겁니까?
6월 만해도, 델타 변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게 정부 입장이었습니다.
검역 단계에서 걸러내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어제 방역 당국은 델타 변이가 "8월 말이면 우세종이 될 수도 있다" 뒤늦게 경고했습니다.
델타 변이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도 당국은 안일하게 대응했습니다.
이달부터 백신 접종자 자가격리 면제를 시행 중인데 확진자 90% 이상이 델타 변이인 영국과 러시아 입국자는 면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지금까지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질문 5] 전혜정 기자, 지금 짚어보면 조급했고 안이했고 무능했는데, 누가 책임 안 집니까?
여권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탓을 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조국 전 장관은 '취임 3개월 서울시 코로나 폭증' 이라며 오 시장을 풍자하는 캐리커처를 SNS에 올렸고요.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오늘 은근히 오 시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듯한 발언을 내놨습니다.
[송영길 / 더불어민주당 대표]
"특별히 서울시 오세훈 시장에게도 부탁을 드립니다. 여야를 떠나서 방역문제에 대해서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서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이 확산세가 크기 때문에…"
그런데 지난주 8인까지 모일 수 있는 정부의 완화된 거리두기 시행을 몇 시간 앞두고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급제동을 건 사람은 오세훈 시장이었습니다.
그 때 거리두리를 풀었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한데 누구 탓을 할 수 있을지 참 의문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정부의 철저한 복습이 필요해보입니다.
전혜정, 서상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