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우리시각 오늘 새벽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회의 소집을 주도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이사국들은 북한의 거듭되는 미사일 도발이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행동이 '미국의 탓'이라며 북한을 감싸며 결국 서방과 중·러간 입장차만 확인했습니다.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해 올해 들어 네 번째 공개회의 형식으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대사는 지난 5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이 중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가로막혔다는 사실을 간접 거론한 뒤 "한마디로 안보리의 두 상임이사국이 김정은의 행동을 가능하게 한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해당사국으로 안보리에 초청받은 황준국 한국대사도 "안보리 침묵에 북한은 미사일로 답했다"며 중러의 거부권을 비판하면서 제재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맞서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연합을 강화하고 핵에 관한 군사적 경쟁 위험을 높이고 있다"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미국이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미국과 그 동맹들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재개했다"면서 한미일 지도자들이 "핵을 포함한 미국의 억지 수단을 한반도와 그 지역에 배치하는 것에 관해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해 비판했고, "제재가 동북아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분명해졌다"면서 "대북 추가제재 도입은 막다른 길로 향할 뿐"이라며 반대했습니다.
결국 안보리 서방 이사국과 한국, 일본은 회의를 마친 뒤 장외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놨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대표로 낭독한 성명에서 이들 국가들은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9월 25일 이후 7발의 다른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복수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지역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에 위협을 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을 포함한 여기 합류한 나라들은 외교에 계속 전념하면서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국제 비확산 체제를 흔들고 국제사회 위협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모든 유엔 회원국, 특히 안보리 이사국들에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규탄하고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데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성명은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한편, 장외 공동성명에는 한미일 외에 알바니아, 브라질, 프랑스, 인도,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영국 등이 동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