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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지원자 0명 학과…꽃잎 지듯 대학도 질라
2023-01-22 19:38 사회

[앵커]
올해 대학교 입학을 앞둔 새내기들은 꽃 피는 봄 캠퍼스 낭만을 즐길 생각에 벌써부터 설렐 텐데요. 

일부 지방대 학생들은 설레긴커녕 '꽃이 지는 것 마냥 학교가 사라지진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지방대 기피 현상에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학과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장 카메라', 배유미 기자입니다.

[기자]
벚꽃이 지는 순서를 따라 대학도 문을 닫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방대의 위기를 표현한 건데요, 올해는 대도시인 부산에서도 정시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학과들이 나왔습니다.

위기가 현실이 된 걸까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부산의 4년제 대학교.

6명과 12명을 모집한 국제계열과 공학계열 학과에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국내 제2의 도시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 미달 사태에 지역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해당 대학 졸업생]
"이제 수도권으로 많이 가니까. (제가) 대학 다닐 때는 (이런 일을) 상상도 못 했었는데. 정말 학생도 많고 사람도 바글바글하고."

경북의 한 대학교.

신입생 모두에게 3백만 원 장학금을 준다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지만 8개 학과에 정시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가능할지 미지수입니다.

[학교 관계자]
"전체 (모집) 결과를 공표 안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한테는 피해가지 않게 하고 있고. 개설된 학과는 유지해야 되죠.

정시모집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쳐 사실상 미달로 간주되는 대학은 68곳, 이 중 59곳이 비수도권입니다.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학과 26곳도 모두 지방에 있습니다.

신입생이 줄면서 대학은 경영 위기를 겪게 되고, 부실한 학사운영에 정부 재정지원도 끊기면서 그나마 있던 학생들도 떠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지방대생.

다니던 학교가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되면서 다른 학교 편입시험을 봤습니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재학생]
"(학자금) 대출이 언제 끊길지도 모르겠고. 학비가 거의 4백만 원 넘게 나오는데, 학교가 다니다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편입 공부도 하고 있고."

인기 없는 학과가 통폐합되면서 일자리를 잃는 교원도 수두룩합니다.

[실직한 지방대 강사]
"원래는 8시간 정도 하던 수업이 2시간까지 줄고 나중에는 시간 강사가 나갈 수 없는 형태가 돼서…."

지방대의 위기는 지역소멸을 가속화시킨다는 점에서 더 심각합니다.

3년 전 재단 비리 문제로 문을 닫은 부산의 한 대학.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진 이후 지역은 생기를 잃었습니다.

[마을 주민]
"여기 다 안 열어요. 학교가 없는데"

이 건물에 있던 식당은 현재 창고로 쓰이고 있고, 학교 앞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김병태 / 폐교 대학 앞 식당 주인]
"졸업생들 한 번씩 오고 유지는 되는데 경기도 그렇고 활성화 잘 안되죠."

내년 입시는 상황이 더 안 좋습니다.

올해 고 3이 되는 학생은 지난해보다 7% 이상 준 39만 8천여 명, 대학 정원은 이보다 11만 명이 더 많습니다.

[김대규 / 남원청년문화희망포럼 이사장(전 서남대 교수)]
"학생 모집이 되지 않는 과는 과감히 폐과를 하고, (지역 경제) 밀착형 학과로 계속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인력을 조달시키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합니다.)"

자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소위 '벚꽃엔딩'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카메라 배유미입니다.

영상취재 : 김건영
영상편집 : 방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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