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 쪽방촌 주민들에게 동네 사랑방이 된 식당이 있습니다.
따뜻한 한 끼뿐 아니라 대화로 마음도 나누는 그곳에 남영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김밥을 말던 구공례 씨가 밖을 서성이는 손님을 부릅니다.
[현장음]
"빨리 와. 오늘 밥 한 끼도 안 먹었어?"
끼니를 거르려는 쪽방촌 주민을 부른 겁니다.
구 씨 가게는 지난해 8월 서울시 동행식당으로 지정됐습니다.
밥을 해먹기 힘든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서울시가 하루 한 끼 8천 원 식권을 지원해주고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겁니다.
[김윤정 / 쪽방촌 주민]
"(얼마나 자주 이용하세요?) 매일 해요. 도시락은 입맛에 잘 맞지 않았거든요."
이젠 손님 이름 정도는 속속들이 아는 동네 사랑방이 됐습니다.
[구공례 / 김밥집 주인]
"(아까 오셨던 분은?) 그분은 성함이 김윤정 씨거든요. 점잖으셔요."
쪽방촌 근처에 위치한 또 다른 백반집.
가게 한 켠에 가격 표시가 없는 메뉴판이 눈에 띕니다.
[박성순 / 백반집 주인]
"동행 식구들 메뉴에는 금액을 안 적어놨어요. 뭐든지 편안하게 골라서 드실 수 있게."
끼니 걱정도 줄었고 무엇보다 사람과 대화하며 먹는 게 좋습니다.
[이길희 / 쪽방촌 주민]
"이전에는 밥 아침에 한 숟가락 먹고 나가면 점심은 굶든지, 저녁에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살았지."
고독사를 예방하는 보안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식당을 이용하던 쪽방촌 주민이 쓰러져 119에 신고한 겁니다.
[박성순 / 백반집 주인]
"누구한테 딱히 연락하실 분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한테 전화를 하신 거더라고요. 좀 도와달라고."
서울시내 쪽방촌은 4곳, 동행식당은 44개에 이릅니다.
다음달부터는 주민들이 눈치를 안 보고 쓸 수 있게 식권 대신 카드로 바꿀 계획입니다.
채널A 뉴스 남영주입니다.
영상취재 : 김래범
영상편집 : 이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