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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앵과 뉴스터디]‘골프 사진 조작’ 주장한 이재명, ‘유권자의 눈’으로 중형 내린 법원
2024-11-23 15:00 사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1월 사법 리스크’의 첫 재판이었는데, 예상을 깨고 중형이 선고되면서 민주당은 당혹스러워하고 있죠.

이재명 대표의 혐의는 정확히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 공표 금지’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크게는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故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발언과, 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당시 국토교통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발언인데요.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서 1심 판결문을 찬찬히 뜯어보겠습니다.

김문기 몰랐다는 무죄, 발목 잡은 건 골프 사진

오늘은 ‘성남시장 당시 김문기 몰랐다’ 이 발언에 대한 판결 집중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발언 중 김문기 관련해 크게 두 가지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가 됩니다.

성남시장 때 김문기 처장과는 모르는 사이였다

국민의힘이 김문기 처장과 골프를 치는 것처럼 사진을 조작했다

법원에서는 은 무죄, 는 유죄 판결을 냈습니다.




②번 발언은 2021년 채널A 대선 특집 프로그램이었던 <이재명의 프러포즈>에서 이재명 대표가 했던 말입니다. 복기해보죠.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 내서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


이 발언이 법원에서 허위 사실 공표로 인정된 것입니다.


해당 발언에서 국민의힘에서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 내서 보여줬다고 말한 것은 당시 박수영 의원이 SNS에 올린 사진을 이야기합니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유동규, 김문기 세 사람이 촬영된 사진을 올리면서, 이 대표를 향해 ‘김문기 처장과 한 팀으로 (골프를) 치신 건 아닌가요?’라고 적었습니다. 당시 이 대표가 ‘성남시장 때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고 하니까, 성남시장 때 골프를 같이 친 사진을 올리며, 이래도 몰랐다고 할겁니까? 한 거죠.


자, 이 대표 측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국민의힘이 사진을 조작했다”는 거 였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이 대표가 당시 하고 싶었던 말은 “나는 김문기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라고요. 그런데 실제 이 대표는 당시 유동규 본부장, 김문기 처장과 골프를 쳤거든요. 그러니까 거짓말을 했다는 거죠. 이 대표 측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이 대표가 언제 ‘골프를 안 쳤다’고 했냐?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사진을 조작했다’고만 했다. 그럼 재판부는 왜 판단이 달랐을까요?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


1심 판결문의 핵심은 바로 이 문장입니다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인지 여부는,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가 기준이 아니라 선거인이 어떤 인상을 받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권자들이 속속들이 세부적인 맥락과 정황을 따져가며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인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골프사진이 조작됐다’는 발언은 유권자들에겐 ‘김문기와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조작됐다’로 읽혔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시각입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판결문에 2021년 말 상황을 쭉 서술합니다.


당시 대장동 개발 의혹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형 이슈였고, 이 의혹에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였던 故김문기 씨가 관련됐는지 여부는 일반 선거인에게는 큰 관심사였다는 것입니다. 김문기 처장이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 출신 유한기 씨에 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가 더욱 더 부각됐고, 앞서 박수영 의원이 SNS에 글을 쓰는 등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김문기를 모른다’는 발언을 그 이후에도 수 차례 해오면서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관심은 계속 증폭됐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유권자에게 이재명과 김문기의 관계는 초미의 관심사였다’는 이야기였다면, 이제부터는 본론입니다. 앞서 이 대표가 ‘김문기를 모른다’는 발언을 계속 해왔다고 말씀드렸죠. 이 대표는 김문기 처장 사망 후 다음날 SBS, 그리고 박수영 의원이 골프 사진 올린 뒤에도 CBS라디오, KBS에서 계속 ‘성남시장 때 김문기를 몰랐다”고 하거든요. 재판부는 그래서, 이재명 대표가 골프사진 조작 발언을 한 것도 결국은 ‘김문기를 모른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판단합니다.


일반 선거인 역시 그런 맥락, 즉 ‘이재명은 김문기를 모른다고 한다’로 이해했을 것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고도 적습니다. 그런데 골프를 같이 쳤는데도 몰랐다고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골프 사진이 조작됐다’는 건, ‘골프를 안 쳤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거죠.





재판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표준국어대사전에 규정된 ‘조작’의 의미를 제시합니다. ‘조작’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들었다’는 뜻이며, 이와 호응하는 문구는 ‘마치 ○○인 것처럼’이라는 것이죠. 이를 토대로 재판부가 이 대표의 골프사진 조작 발언을 재구성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재판부의 재구성


<
이재명 : 국민의힘이 내가 골프를 친 것처럼 단체사진을 4명만 찍은 사진으로 조작했다>


재판부는 밑줄과 같이,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와 함께 골프를 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합니다. 일반 선거인의 입장에서는, 단체사진이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찍혔는 지와 같은 세세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말을 들었을 때 “아, 이재명이 김문기와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말이구나”로 이해했을 것이라 보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이죠.


후보자의 자질과 관련된 발언


이재명 대표 측은 발언의 사실관계 외에 법리적으로도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공직선거법 250조는 출생지, 가족관계, 신분, 직업, 경력, 재산, 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거든요. 검찰은 이 대표의 ‘골프사진 조작 발언’이 ‘행위’라고 보고 재판에 넘겼는데, 이 대표 측은 ‘행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 ‘행위’가 뭔지도 따져봐야겠죠. 2021년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서 말하는 행위에 대해 ‘후보자의 자질, 능력 등과 관련된 것으로서 선거인의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항’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아무 말이나 거짓말이라고 해서 다 처벌하는 게 아니라, 공직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공직을 제대로 할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죠.


1심 재판부는 이 내용을 기초로 골프 발언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있나, 없나를 판단할 만한 영역에 속한다고 봤습니다. 넓게는 대선 당시 대장동 의혹에 대해 후보의 대응이었다는 측면, 좁게는 성남시장이 공무로 해외 출장을 가서 산하기관 임직원과 골프를 친 일 모두 공직선거 후보자의 자질에 관한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이재명의 프러포즈‘가 토론회였다?


이 대표 측이 내세운 또 다른 방어 논리는 ‘공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2018년에도 공직선거법으로 기소됐다고 위에서 설명드렸죠. 그때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게 되는데, 당시 문제가 됐던 건 2018년 경기지사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지시 여부’에 관해 허위발언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 후보가 ‘강제입원 지시했느냐’고 의혹을 제기하자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답한 게 허위라고 검찰이 기소한 것이죠.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논리는 이러했습니다. TV토론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오가는 질문과 답변 속에 해당 발언이 나왔는데, 그것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 작심하고 표현했다기보다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본의 아니게 사실관계가 다른 말을 한 것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이 대표 측은 이번에도 TV 프로그램에서 대담 도중에 나온 즉흥적인 발언이므로, 설령 허위라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규정이 적용되는 사례가 아니라고 못을 박죠. 당시 <이재명의 프러포즈>는 토론회가 아니라 시민 패널들을 초청해 자유롭게 후보자에게 질문하고, 후보자가 답변을 하는 형식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제한 시간 내에서 급박하게 답하는 후보간 토론회와는 다른 상황이며, 후보자 본인이 준비한 말을 충분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공표’가 맞다고 판단합니다.


1심 재판부 말의 재구성’, 항소심에선?


이 대표 변호인 출신의 박균택 의원은 1심 선고 당일에도 이렇게 반박합니다.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 처장과 골프를 쳤다 안 쳤다 얘기한 적이 없는데, 재판부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식으로 굳이 해석을 해서 허위사실 공표로 유죄판결을 했다고요. 그러면서 ‘동의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사실 판결문에서 유무죄를 가리기 위해 발언의 전후 맥락과 의미를 따지는 것은 일반적입니다만, 이번 판결문은 유난히 더욱 꼼꼼하게 발언의 맥락을 따졌습니다. 그만큼 첨예한 쟁점이 되기도 했고, 중대한 사안이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민주당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해석이라고 했으니, 항소심에선 1심 재판부의 해석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1심 판결이 나중에 뒤집히든, 확정되든 이번 판결문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인이 받았을 인상’에 주목했다는 점입니다. 후보자의 모든 말과 행동은 일반 유권자의 눈에 어떻게 비쳤고, 어떻게 받아들여졌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사법적 유무죄를 떠나, 시민들에게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보이고 이해되는가, 그 의미와 무게를 우리 정치권이 좀 더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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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내일 뵙겠습니다.



구성: 동정민 기자, 김정연 작가, 정현우 기자
연출: 황진선 PD
편집: 이혜지‧허수연 PD
동정민 기자 ditto@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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