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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고은 선생을 ‘추적’해보니… [빽투더뉴스]
2019-03-15 08:16 사회

노벨문학상 후보, 한국 문단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던 고은 시인. 지난해 2월, 한 후배 시인의 충격적인 폭로가 그의 삶을 바꿔놨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진 명예훼손 소송.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결국, 법원은 후배 최영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최영미 / 시인]
“이 땅의 정의가 살아있다. 문단의 원로들이 도와주지 않아 힘들었다”

2013년 수원시가 제공한 대저택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고은 시인. 이번 미투 사건과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2월 마스크를 쓰고 떠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이 모습이 고 시인의 마지막 모습이었는데요.

[이철호 / 기자]
“고은 시인은 약 5년간 이곳 수원 문화 향수의 집에서 머물렀는데요. 주로 부인은 바깥채, 그리고 시인 본인은 안채에서 저술 활동에 전념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지난해 최영미 시인의 폭로 이후, 고 시인의 극단적인 선택을 우려한 부인이 24시간 내내 곁을 지킬 정도로 심리 상태가 불안했다고 합니다.

“병환이 있다고 들었는데, 조금 차도나 이런 건 좀 있으신가요?”

[이상화 / 고은 시인의 부인]
“괜찮기가 어렵죠. 그냥 저 됐습니다. 이런 얘기 안 드리려고 해요. 이해해주세요.”

미투의 여파는 엄청났습니다. 고 시인이 살던 집은 1년 가까이 방치됐다가 공무원 숙소로 사용될 예정이고, 서울도서관에 만든 ‘만인의 방’ 역시 완전히 해체됐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늙은 시인. 가장 그립고, 익숙한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

“고은 시인이 자고 나란 고향마을에 왔습니다. 과연 이 마을에 나와 있던 고은 시인의 흔적들이 어떻게 됐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이 집이 혹시 (고은의) 생가가 맞나요?”

[김문경 / 고은 생가 현재 주인]
“네 맞습니다.”

고은 시인이 18살, 스님이 되기 전까지 살던 생가입니다.

“생가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문경 / 고은 생가 현재 주인]
“여기에 부엌이 있었고, 마루, 방이 있었고, 이쪽에 방이 있었고…”

2015년부터 추진되던 생가 복원 사업은 무기한 정지됐습니다. 가족과 친척들도 모두 고향을 등진 상황. 시인은 고향마을에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군산 월명동 일대에는 시인과 시를 그린 미술 작품들이 많았지만, 미투 이후 대부분 철거됐습니다.

[김인숙 / 카페 사장]
“왜 그런 분을 붙여 놓냐고, 뗐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제가 알았다고 (군산시)에 전화 드린다고…”

[D 아파트 주민]
“고은 시 중에서 (아파트 벽에) 몇 마디를 써 놓고 시끄럽기도 하고 주민들 여론도 안 좋고 매스컴도 있고 그래서 지우고 새로 도색작업을 했습니다.”

순식간에 진행된 노(老) 시인의 몰락. 문단에서는 왜 아직도 침묵하고 있는 걸까요?

[장○○ / 시인]
“고은 시인의 권력이 상당했으니까… 문단에서 미당(서정주)의 대를 이어서 상당한 권력자였잖아요. 술자리 뭐 무슨 모임 때마다 술자리가 벌어졌잖아요. 그 때마다 여류 시인이나 이런 사람들을 옆으로 불러서 술을 따르게 하고 짓궂게 했었다는 등 그런 것을 목격한 사람들을 많이 있더라고요.”

고은 시인이 주당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김문경 / 고은 생가 현재 주인]
“12월 말 경에 여기 오셨다고 그랬잖아요. 그 때도 저한테 소주를 권하더라고요. 가지고 있어 차에. 저는 술을 못 먹기 대문에 안 한다고 그랬는데.. 술을 너무 가까이 하는 것 같다 고령인데… (생각했어요)”

고은 생가의 주인 역시 그가 술을 너무 가까이했다고 말했고, 2005년 대구의 한 회식 자리에서 고은 시인을 만났다는 한 여가수는 충격적인 일화를 전했습니다.

[김○○ / 가수]
“평생 내가 그런 소리 들을 일이 뭐 있나. 나는 그런 사람들을 상종도 안 하는데. (고은 시인이) 오만 이야기를 다 하고, 막말도 못 해.”

“혹시 구체적으로 좀 말도 못 할 얘기라는 건 어떤?”

[김○○ / 가수]
“뭐 성기 같은 거 (말하고)”

그의 추행은 식사 이후에도 계속됐다고 합니다.

[김○○ / 가수]
“(내가 여기 앉고) 여자 시인은 여기 앉고 (내 옆에) 고은은 내 앞에 앉았는데.”

“그럼 고은 시인이 택시 안에 앞 좌석에 앉은 거예요?”

[김○○/ 가수]
“조수석에 앉았지. 여자 성기, 남자 성기 있잖아요. 그걸 다 얘기하더라고.”

“구체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한 거예요?”

[김○○ / 가수]
“잠자는 것부터 하여간 뭐… 설마 차(택시) 안에서 그럴 줄은 몰랐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지려고 했나요?”

[김○○ / 가수]
“이렇게(끌어안으려고) 하는데, 피했지 내가.”

하지만 고은 시인의 측근들은 이 같은 증언이 모두 거짓이라고 맞섰습니다.

[이승철 / 시인]
“손이야 그때는 친근감의 표현으로 만지는 거지, 그걸로 자기 앞에…”

“조금 민망하긴 한데, 혹시 (고은 시인이 다른 시인들의) 입을 맞추시거나 이런 건…?”

[한복희 / 전 탑골주점 사장]
“아유. 그런 행위는 0.1%도 없어요.”

고 시인의 행방이 미궁에 빠진 가운데 어렵게 그의 남동생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고○○ / 고은 시인 동생]
“네 근데 지금 뭐 저는 억울이 98%예요 진짜. 신이 아니니까 2%는 저도 신의 영역으로 남겨 놓고요. 98% 억울하다. 그런 생각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이미 그분은 죽은 거예요. 죽은 거예요. 내가 볼 때는. 한 수십 년 수백 년 지난 다음에 그의 작품이 나타나서 그냥 그 작품을 읽어주는 후손들이 있으면 좋을 것이고 아니면 그걸로 종친 거 아니겠어요.”

친동생도 형의 행방을 모르는 상황. 우리는 취재 끝에 고은 시인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부인과 함께 조용히 살고 있다는 증언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1심에 불복해 항소의 뜻을 밝힌 고은 시인. 이제는 법정에 나타나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밝힐지, 아니면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괴물인가 현자인가, 고은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빽투더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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