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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블세권’ 아세요?…부동산 시장도 지각변동
2019-06-06 19:54 사회

'블세권'이란 말 들어 보셨나요?

최근 서울에 들어온 특정 커피브랜드의 앞글자를 딴 말입니다.

해외유명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 주변 상권이 바뀔 정도로 이상 과열현상이 생기죠.

이은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요즘 제일 핫 하다는 커피 가게 앞은 평일 오후인데도 장사진입니다.

30분을 기다려 건물 내부로 들어섰지만, 또 다른 줄이 기다립니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한 모금 마시기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주민]
"직장도 안 다니나봐. 아이러니해 진짜. 저걸 먹으려고 줄을 서? 첫 날은 (더) 심했어요."

개장 첫날 평균 대기 시간은 무려 5시간.

SNS에서 유명세를 탄 외국계 외식업체가 한국에 상륙하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과열양상을 보이는 현상이 재연된 겁니다.

[신민정 / 서울 마포구]
"(저번에)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못 먹어서 아쉬워서 오늘 일찍 왔어요. 빠르게 경험을 했다는 걸 SNS에 알리고 싶은 것도 있지 않을까."

급증한 유동인구 덕에 이른바 '블세권'의 매장의 매출도 늘고 있습니다.

[인근 가죽공방 직원]
"손님 굉장히 많았어요. 저기도 여기도 엄청 붐벼서…"

늘 그렇듯이 상권의 변화는 부동산 업자들이 빠르게 감지합니다.

[서울 성수동 부동산 관계자]
"여기가 상가 (구입)한다는 사람은 없었는데 (블루보틀 입점 소문에) 매일 한 명씩 왔어요."

그동안 해외 외식업체들이 황금상권인 강남 한 복판에서 둥지를 텄던 것과 달리, 블루보틀은 부도심에 가까운 성수동 외곽지역이라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다세대 주택과 공장 등이 주로 분포해 임대료와 권리금 상승 여지가 있어 '기획부동산'의 침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기웅 /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
"건물주들을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기존의 임차인들을 내쫓아라." (주택에서 상가로) 용도 변경해서 건물 하나 그럴듯하게 세워서 1~2달 장사하다가 권리금 받고 팔고 다른 데로 가고."

블루보틀 현상은 상권 침체라는 직격탄을 맞은 서울 삼청동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블루보틀 2호점이 다음 달 입점한다는 입소문이 주요 원인입니다.

[서울 삼청동 부동산 관계자]
"전화 많이 왔었죠. '(블루보틀) 옆으로 얻어 주세요. 무조건.' 나중에 권리금을 받잖아. 그러니까 얻으려고 하는 거야."

구청 측도 블루보틀 입점이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과거보다 더 작은 계기로도 일어나고, 그 속도도 빨라졌다는 겁니다.

[이덕윤 / 성동구청 지속발전과 팀장]
"피해가 보인다면 지금 서울숲 지역에 하고 있는 입점 제한 정책을 이(블루보틀) 지역까지 확대해서 적용할 계획입니다."

SNS의 발달과 맞물려 이제는 당연한 것이 돼 버린 유명 해외 외식업체의 한국 손님 줄세우기.

지역 상권이 덩달아 누리는 효과 이면에, 원주민들이 받는 피해는 없는지 치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 뉴스 이은후입니다.

elephant@donga.com
연출 : 김지희 홍주형
구성 : 지한결 손지은
그래픽 : 안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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