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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원장이 1년 간 ‘그루밍 성폭행’”…수상한 연기학원
2020-01-27 19:52 사회

"원래 배우는 그런거다"

이름 있는 영화인이 운영하는 연기 학원의 미성년자 수강생이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원장에게 들었다는 말입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합니다.

연기 학원 원장은 사귀는 사이였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수상한 연기학원의 실체, 탐사보도팀 이은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방에 새로 연기학원이 들어선 건 수년 전, 중년의 원장은 과거 꽤 이름 있는 영화인이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다혜 양(가명)은 기회가 생겨 기뻤다고 했습니다.

[다혜 양(가명) / 전 학원생]
“학원 (설립) 포스터를 보고 바로 달려갔어요. 연기가 꿈이었기 때문에. 부모님 설득해서 학원을 (등록했어요.)"

그러나 이후 원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첫 성폭력은 독립 영화를 찍으면서 벌어졌다고 합니다.

[다혜 양(가명) / 전 학원생]
“제 표정에서 감정이 너무 안 나온다고 따로 원장실로 불러서 몸을 더듬고 하다 (원장이) '불감증인가?' (당시에는) 불감증 이런 말을 들어도 솔직히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

그리곤 집과 모텔에서 일 년간 성폭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다혜 양(가명) / 전 학원생]
"다짜고짜 집으로 부르셨어요. 방 네 개가 있었거든요. 책방(서재) 같은데 불러서 그냥 딱 하나 (옷을) ‘까.’"

[다혜 양(가명) / 전 학원생]
"(처음엔) 놀랐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담한 척 했죠. 왜냐하면 많이 들어왔고 그 사람한테. 여배우로서 감독이든 매니저든 몸을 바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수없이 말했어요.”

정신적으로 세뇌된 상태라, 성폭행을 거부하지 못했다는 게 다혜 양의 주장입니다.

당시 상담을 받았다는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봤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그 때 병원) 온 게 한 다섯 번이었어요. 괴롭힘 당하고 있다. (성적으로요?) 네. 연기 쪽으로 가야 하는데 길이 끊기니까 그냥 참고 내가 해 나가야 된다고."

다혜 양이 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모텔의 관계자들은 원장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모텔 관계자]
"말씀하신 검은 색 그 차는 여러 번 봤어요"

[모텔 관계자]
"여기다 (차) 대는 거 많이 봤었어. 되게 큰 차가 왔네. (얼마나 있다 갔어요?) 금방 안 나갔지. 금방 가지는 않았어."

학원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전 학원 관계자 A씨]
"신적인 존재였어요. 영화계나 연기 생활은 이분 눈 밖에 나는 순간 못하겠구나."

[전 학원 관계자 B씨]
"뭐 (영화배우) 누구도 키우고 대단한 분처럼 막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애들 사이에서는 정말 신적인 존재였어요.”

전문가들은 다혜 양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여 성폭력을 거부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그루밍 성폭행'을 의심했습니다.

[이현숙 / 탁틴내일 성폭력상담소 대표]
"뒤늦게 피해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도 자기한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신고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게 그루밍 성범죄의 특성입니다."

원장을 만나 해명을 들어봤습니다.

원장은 당시 다혜 양과 사귀는 사이였다며 그 증거로 주고받은 다정한 내용의 메시지를 일부 공개했습니다.

집으로 부른 건 촬영을 위해서였고, 모텔을 여러 번 간 건 맞지만 오히려 집에 가기 싫다는 다혜 양의 요구로 갔을 뿐, 성관계도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연기학원 원장]
"당연히 부인을 하죠. 모텔을 한 번 간 게 아니라 그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몇 번을 가기는 했는데 (같이는 안 들어가셨다는 거죠?) 아니 가서 (방을) 같이 잡아주고 (나는) 나온 적 있죠."

이 원장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성은 두 명 더 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원장실로 불려가 탈의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영희 양(가명)/ 전 학원생]
"옷을 벗어요? 여기서요? 했더니 뭐 부끄러우냐고 서울에서는 이런 거 아무것도 아니다. 연예인들 자기 앞에서 옷 다 벗고 티비에서 나온 춤 그대로 춘 적도 있다(고 했어요.)"

원장은 향후 촬영에 대비해 신체를 봐둘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연기학원 원장]
“(연기자가) '허리든 등이든 조금이라도 노출이 되는 거를 원치 않아' 이러면 사실 연기하는 데는 곤란하다고 봐야 되거든요. 맨날 먹고 있고 체형 관리도 안 된 애들한테 자극을 주기 위해서.”

세 학생은 원장이 평소에도 여배우의 성상납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영희 양(가명) / 전 학원생]
"'주조연급으로 꽂아줄테니 나랑 한 번 자자, 이러면 너는 어떻게 대답할 거냐'라고."

[다혜 양(가명) / 전 학원생]
"직업으로 삼으려면 몸 파는 거는, 대주는 거는 흔한 일이야(라고 말했어요.)"

원장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와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기학원 원장]
"웃으면서 '스폰은 아무나 받냐 근데?' 그러면 웃길 줄 알고 나는. 모멸감을 느낀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다혜 양은 성인이 되고 뒤늦게 피해를 인지한 탓에 고소 여부를 망설이고 있고, 이 원장은 다혜 양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채널A 뉴스 이은후입니다.

elephant@donga.com

PD 김종윤 석혜란
구성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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