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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땡 처리도 옛말…돈 들여 폐업할 판
2021-01-11 20:01 사회

코로나 때문에 장사를 접는 자영업자들은 폐업 비용마저 부담스럽습니다.

냉장고부터 런닝머신까지 헐값이나 공짜에 가져가라는 업자들이 많습니다.

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입니다.

[리포트]
"인천 주안역 부근입니다.

인천의 유명 상업지구 가운데 한 곳인데요.

이곳의 많은 업소도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영업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아예 폐업 신고를 하는 가게도 있는데요.

현장으로 갑니다."

인근 만화방.

입구엔 독촉장이 쌓여있습니다.

"전기세를 못 내서 공급을 정지한다는 공고문입니다."

책장은 텅 비었고, 만화책들은 바닥에 나뒹굽니다.

[조용도 / 만화방 주인]
"영업 그만둔 지가 한 25일? 20일 정도 됐네요."

56살 조용도 씨는 3년전, 20년간 다니던 조선소를 그만둔 뒤 만화방을 차렸습니다.

[조용도 / 만화방 주인]
"코로나 전에는 바글바글했어요. 하루 매상이 100만 원씩 될 때도 있고…"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감당하긴 역부족이었습니다.

폐업을 결정한 조 씨, 그런데 가게 문을 닫는데만도 1천만 원 넘는 돈이 듭니다.

[조용도 / 만화방 주인]
"폐업 철거비가 총 700~800 만 원 들어갈 거예요." 200만 원 월세도 (임대 만료기간인) 3월까지 내줘야 해."

결국 구입한지 1년밖에 안 된 에어컨을 비롯해 가게에서 쓰던 모든 집기들을 무료로 내놨습니다.

누군가가 가져가지 않는다면, 버리고 철거하고 하는데 돈이 들기때문입니다.

"원래 큰 냉난방기가 있던 자리였는데 이렇게 전선만 남아 있습니다. 옆에 있는 냉장고도 무료 나눔 할 예정입니다."

[조용도 / 폐업 만화방 주인]
"그냥 놔두면 이런 건 다 폐기물이잖아요. 괜찮은 건 무료나눔 해서 싹 걷어갔거든요. 에어컨은 아직 할부금도 안 끝났죠."

인터넷 상에선 조씨처럼 집기는 물론, 팔다 남은 대패 삼겹살, 카페에서 쓰던 빨대까지 무료로 가져가라는 폐업 자영업자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 건수는 4만 5천여 건.

코로나 19사태 여파로 지난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겁니다.

2년전 힘들게 모은 돈으로 헬스장 문을 연 32살 박상진 씨는,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박상진 / 헬스장 관장]
"10년 동안 돈을 모으고힘들게 시작한 거거든요. 20대 전체 삶의 보상받는 기분이었고 다 괜찮을 거로 생각했는데…."

지난해 12월, 집합금지 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환불 요청 전화만 간간이 올 뿐입니다.

[박상진 / 헬스장 관장]
"대출받은 금액은 총 4천만 원 정도가 있고요. 일용직 같은 것으로 일하기도 하고…"

헬스장내 입점했던 카페는 가게를 빼고 있습니다.

박씨는 대당 210만 원을 주고 산 러닝머신들을 팔아 직원들 밀린 월급을 주려고 했지만,

턱없이 낮은 중고 가격에 또한번 절망해야 했습니다.

[중고 헬스기구 매입업자]
"(금액이 얼마 정도 나갈까요?) 제가 25~35만 원 사이에 매입합니다."

[박상진 / 헬스장 관장]
"사실 진짜 많이 울었고요.
하루하루가 좀 죄인이 된 것 같아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습니다.

그들의 한숨도 깊어만 갑니다.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권솔 기자 kwonsol@donga.com
PD : 김남준·석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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