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일대 나홀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 2708세대를 소유한 건축업자가 120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인천지법은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남모 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앞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12월에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혐의 내용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 이유로 기각한 바 있습니다.
당시 남 씨가 아파트 분양과 국책사업 토지 매각 등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계획이 있다고 소명한 점도 재판부가 받아들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남 씨가 피해 변제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남 씨가 짓고 있는 건물들이 신탁회사로 넘어가 처분이 불가능하고, 강원도 동해시 망상지구 개발 사업도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진 점 등을 추가로 파악한 겁니다.
이후 경찰은 범죄사실이 더 뚜렷이 소명되는 기간을 특정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습니다.
기존에는 피해 기간을 남 씨가 자금 경색을 겪기 시작한 시점으로 산정했지만, 이번에는 연쇄 경매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삼은 겁니다. 피해 규모는 피해자 327명에서 163명으로, 피해액은 266억 원에서 126억 원으로 조정됐습니다.
한편 남 씨의 사기 행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다, 과거부터 자금력이 좋지 않았다고 볼 법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남 씨는 동해 국책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본인 소유의 건설사 규모를 부풀려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경제자유구역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 위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음달 14일 첫 재판을 받습니다.
채널A가 입수한 남 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남 씨는 지난 2017년 A종합건설이 누적 매출액 4조5천억 원, 직원수 2521명에 달하는 회사라는 내용의 허위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2018년에는 자기자본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허위 자료를 추가로 냈습니다. 도급 순위가 200위 안에 들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예상 매출액은 905억~1500억 원에 달한다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검찰 조사 결과, A종합건설의 2016년 기준 누적 매출액은 약 32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실상은 매출액 48억 원, 직원수 7명, 시공 순위 1097위에 불과한 사업체였던 겁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실제 매출액은 50억~60억 원대로, 남 씨가 제출한 자료와 10~30배 차이가 납니다.
피해 세입자들은 오늘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증금을 변제받은 세대는 단 한 세대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남 씨 일당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고 몰수해 피해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경찰은 남 씨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피해 기간 외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