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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조국(祖國)’과 ‘조국(曺國)’ 2019-10-04 | 0 회

# ‘조국(祖國)’과 ‘조국(曺國)’ 

"청년이여 조국을 개혁하라!"

어제 조국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대학생 집회에 붙은 현수막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뜻하는 '조국(祖國)'이 조 장관 이름과 중의적으로 쓰였습니다.

[현장음](어제)
"평등 공정 외치더니 결과 정의 어디갔냐!

학생들이 거부한다!

조국(祖國)위한 조국 사퇴!"

조 장관에 대한 각종 의혹과 논란 속에 '조국(祖國)'이라는 원래의 의미가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끔 혼란이 빚어지기도 하는데요. 잠시 국회로 가 보시죠.

[윤소하 / 정의당 원내대표] (그제)
"조국의 미래를… 아 이거 저 속기록에서 바꿔주세요.
'조국' 빼고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하여로.
그것 가지고 또 이상하니 계속… 보건복지위는 그럴 일은 없겠죠?"

어제 조국 반대집회 현장에서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는데요.

보수집회 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한 노래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대한민국!)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부르네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x2

'???'

"영원토록 사랑하리라"라는 가사 앞에 붙는 '우리 조국' 대신 일부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으로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했습니다.


# 광장이 빼앗아 간 정치

어제 대규모 시위에는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이런 과격한 모습 뿐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거나, 심지어 문화재에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다는데요.

오늘 이낙연 총리가 한마디 했습니다.

[이낙연 / 국무총리]
"어제 서울 광화문에서 큰 집회가 있었습니다. 경찰청 나와 계시죠? (예. 청장 나왔습니다.) 수십 명이 폭력을 휘두르고 성추행과 문화재 훼손도 있었습니다. 폭력을 포함한 불법은 용납되어선 안 됩니다."

일부의 잘못을 시위 전체의 문제로 호도해서도 안 되겠지만 작은 일탈 행위가 시위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오늘 또 이런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한 얘깁니다.

[한민수 / 국회 대변인]
"당장 오늘 국회가 없어진다고 해도 국민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라는 분들이 집회에 몇 명이 나왔는지, 숫자 놀음에 빠져 나라가 반쪽이 나도 관계 없다는 것 아닙니까."

광장에 빼앗긴 정치를 걱정한 문희상 의장은 국회를 향해 분열, 편 가르기, 선동의 정치를 멈추고 제 기능을 하자고 당부했습니다.

# 누구를 위한 '파이팅'? 

검찰청 앞에 도착한 꽃바구니들입니다.

조국 장관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보내는 '파이팅' 입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검찰 개혁을 위한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지난 1일, 민주당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현장음]
"검찰! 개혁!"

(지난달 25일. 조국 장관에게)
"조국 수호! 힘내세요! 조국 수호! 힘내세요!"

[현장음]
(어제, 황교안 대표에게)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네. 방금 보신 것처럼 어제 광화문 대규모 집회에는 조국 장관에 공세를 퍼붓는 자유한국당을 향한 '파이팅'도 들을 수 있었고요,

조국 장관의 지지자들은 조 장관이 가는 곳을 찾아와 저렇게 응원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 사람들은 검찰에게, 혹은 야당에게, 아니면 검찰 개혁을 외치는 민주당이나 조국 장관 본인에게 각자 이유 있는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인걸 / 정경심 동양대 교수 변호인] (그제)
Q. (정경심 교수) 오늘 아침에 소환… 오늘 아니에요?
"몰라요. 저는."
Q. 변호사님이 모르시면 어떻게 해요. 한마디만 해주세요.
"갈게요. 저."
Q. (정경심 교수) 오늘 오신 거 맞죠?
"몰라요. 저도. 제가 어떻게 알아요."
Q. 그럼 왜 오신 거예요?
"저도 변호사에요."
Q. 한마디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한마디요? 파이팅!"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는 어제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 조사를 받았고 건강을 이유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했습니다.

'황제소환'에 '황제 조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정 교수의 소환 전날, 그 변호인의 저 '파이팅'은 누구를 위한 응원이었던 걸까요.

지금까지 순간포착이었습니다.
김민지 기자(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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