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전 푯값 갑푸려”…무임승차비 500만원 낸 난곡동 할매

2026-09-15 14:08   사회

 한국철도공사 수도권 서부본부에 따르면 8월 26일 스스로를 '난곡동 할매'로 지칭한 80대 여성이 영등포역을 찾아 과거 무임승차를 고백하고 자필 편지와 함께 현금 500만 원을 건넸다. 사진은 영등포역이 보관 중인 여성의 자필 편지. 사진=뉴스1

서울 영등포역 직원들은 지난 13일 오전 '난곡동 할매'에게 보내는 답장을 역사 내에 붙였습니다.

한국철도공사 수도권 서부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80대 할머니가 영등포역을 찾아 자필 편지와 함께 현금 500만 원이 담긴 봉투를 건넸습니다.

바로 난곡동 할매였습니다.

서툰 맞춤법으로 꼭꼭 눌러쓴 할머니의 편지에는 48년 전 영등포역에서 무임승차를 했다는 고백이 담겨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려운 형편 탓에 당시 약 500원이었던 아들의 승차권을 사지 못하고 함께 열차를 탔습니다.

할머니는 당시 일이 오랜 세월 마음의 빚으로 남아 찾아왔다며, 자신의 신원은 끝내 숨긴 채 아들 고(故) 김백철 씨의 이름으로 돈을 기부해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에 직원들이 게시한 '난곡동 할매께'란 제목의 답장글. 8월 26일 스스로를 '난곡동 할매'로 지칭한 80대 여성이 영등포역을 찾아 과거 무임승차를 고백하고 자필 편지와 함께 현금 500만 원을 건네자 직원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역사 내 답장을 게시했다. 사진=뉴스1

이승연 영등포역 역무팀장은 "할머니가 마스크를 쓰신 채 신문지 뭉치를 종합안내소 창구에 밀어 넣고는 도망치듯 떠나셨다"며 "세상을 떠난 아드님과 과거 무임승차 후 이제 빚을 갚으려 오셨다는 할머니의 소박한 욕심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할머니는 편지를 통해 "1978년 10월 돈이 없어 정읍에서 영등포까지 초등학생이었던 아들 표는 사지 않고 완행열차를 탔다. 이 돈을 죽기 전에 갚겠다고 다짐했는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전했습니다.

영등포역 직원들은 돈을 기부해 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은 내부 규정상 들어줄 수 없었지만, 대신 직원들은 할머니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널리 알리기로 결심하고 역사 곳곳에 편지 답장 글을 게시했습니다.



윤승옥 기자 touch@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