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외교 예산 줄고, 대북지원 예산 늘고? [런치정치]

2026-09-19 12:00   정치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튀르키예 대통령 내외 주최 공식 환영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출처: 뉴스1)
대미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외교부 관계자는 "올해처럼 한미관계가 어려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라고 토로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미투자 지연에 따른 미국 내 불만이 이어졌고, 미 의회는 쿠팡 문제를 연일 꼬집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한미연합훈련이 갑자기 축소됐고 '호르무즈 해협 기여 방안'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최대치의 국익을 지켜야 하는 지금, 어느 때보다 외교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 내년 대미 예산을 오히려 삭감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20% 깎인 '대미외교' 예산… 호르무즈 논의 어떻게?

'2027년도 외교부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북미 지역 국가와의 전략적 특별협력관계 강화' 사업 예산은 59억 9400만 원 입니다. 한미관계와 대미 외교 전반을 포함하는 업무에 투입되는 돈이죠. 올해 75억 원인 것에 비하면 20.1% 줄어드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한미 안보협력 관련된 예산들이 대폭 축소됐습니다.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 심화·발전 예산은 12억 5700만 원에서 6억 9400만 원으로, 한미 안보협력 강화 예산은 9억 2200만 원에서 5억 9900만 원으로 각각 44.8%와 35% 깎였습니다. 외교부는 애초에 이 예산을 72억 2800만 원 요청했었습니다. 12억 원이 잘려 나간 겁니다. 일각에서는 그간의 한미 관계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외교부 대미 외교 예산에 반영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상 외교' 예산은 급증… '탑다운 외교' 심화하나?

외교부는 이번 예산 삭감을 두고 "범정부 차원의 재정 건전 기조에 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외교부 전체 예산은 3조 7033억 원으로 올해보다 2.4% 늘어서, 다소 앞 뒤 안 맞는 설명으로 보이죠.

특히 '정상 및 총리외교'에 올해보다 125.3% 많은 653억 2800만원이 편성된 게 눈에 띕니다. 대통령 해외 순방 예산만 520억 원입니다. 대미외교 사업 같은 외교 실무 분야 예산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 반면, 정상급 외교에 힘이 실린 건데요. 한 외교소식통은 "정상 간 직접 소통을 통해 한미 현안을 풀고자 하는 정부의 외교 기조가 예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출처: 뉴스1)
대북 지원 예산, 실적 없어도 6천억 대

외교부와 달리 예산을 과하게 잡아 눈총받는 부처도 있습니다. 바로 대북 지원 예산을 꾸리는 통일부입니다.

당초 지난해 통일부는 올해 대북 인도지원 예산으로 전년대비 90% 넘게 늘린 6676억 1000만원을 편성했습니다. 지난해 북한 주민에게 전달된 지원은 한 푼도 없었는데, 실적 없이 예산만 늘려 잡은 셈입니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올해 대북 인도지원 예산 중 북한 영유아 지원에 배정된 예산은 1558억 원이지만 해가 바뀌기 전 집행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북한이 호응하질 않으니 예산이 있어도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통일부는 대북 인도지원 예산을 두고 '예비적 성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르는 만큼,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취지겠죠.

준비는 철저할수록 좋지만 정부 예산은 한정적입니다. 통일부가 예산안 관련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대북지원 실적을 명확히 분리해 공개하고 평가 기준도 엄격하게 세워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정근 기자 rightroot@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