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19세기 책상을 복원하는 데 우리의 전통 한지를 사용하겠다고 했었지요.
하지만 정작 우리가 하는 우리 문화재의 복원과 보존은 고개를 들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김도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의철 / 서울 용산경찰서 수사관(2014년)]
"화학 안료나 화학 접착제를 사용을 해서 단청 공사를 했던 거구요"
[김상문 / 감사원 과장(2014년)]
"부실복구를 초래한 관련자 5명에 대해서 징계 요구를 하였고…"
"국보 1호인 숭례문입니다.
지난 2008년 화재 이후 전통적인 단청 대신 화학 재료 사용하면서 제대로 된 복원이냐는 논란을 빚었는데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문화유산이 원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조선의 3대 시가 시인인 고산 윤선도의 고택.
전라남도 해남에 있는 녹우당입니다.
전시관에는 고산과 후손들이 남긴 4600여 점의 유물이 소장돼 있습니다.
그 중 걸작 중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미인도'
36년 전 녹우당에서 우연히 발견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윤형식 씨 / 고산 윤선도 종손]
"군청직원이 그날 나와서 쓸어서 버리는 것을 내가 갖고 오라고 해서 그 놈을 벌려보니까 미인도여."
처음 발견될 때는 곳곳에 얼룩이 지고 주름 투성이였던 그림, 그런데, 지금은 얼룩과 주름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무슨 비밀이 숨어있는걸까?
이 미인도는 20년 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한국관 개관 기념 전시회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그런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측은 그림 상태가 좋지 않다며 여백 부분의 종이를 바꿨습니다.
[윤형식 씨 / 고산 윤선도 종손]
"아베라는 사람이 일본 사람인데, 표구를 하는 사람이에요. 우리 미인도도 표구를 그 분이 하시고…"
박물관 측이 작성한 수리 보고섭니다.
종이를 교체한 뒤 측정한 작품 크기는 가로 58 센티미터에, 세로 129.5cm.
원래 크기보다 높이와 폭이 훨씬 커졌습니다.
[이태호 / 명지대 초빙교수]
"배경 종이가 바뀐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좋은 상태로 이렇게 개선을 하긴 했는데요. 신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는 그림이에요."
우리 전통 한지 대신, 일본식으로 복원된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서정철 / 고궁한지 대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복원용 한지 납품)]
"사용한 소재가 우리나라 한지라면 당연히 복원하는 것도 한지를 사용해야 되고… "
우리 문화재청은 미인도가 수리를 받았다는 기록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기자가 재차 확인하자, 더 나은 모습으로 전시하기 위해 보존 처리를 했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경북 고령 장기리의 암각화.
청동기 시대 생활상과 신앙을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돼 보물 605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에는 거대한 쇠기둥이 박혀 있습니다.
쇠기둥을 세우려고 바위를 깎아낸 흔적도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고령군청은 햇빛과 눈비로부터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지붕을 만들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수곤 / 서울시립대 교수]
"문화재 보존하는 게 아니고요. 일반 토목 건축 공사하는 거 같아요. 문화재 위원들이 이걸 과연 봤는지..."
경북 영주의 마애여래삼존상과 여래 좌상.
통일 신라 시대의 유물로 역시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2003년 산사태가 발생하자 당국이 외부에서 가져온 돌로 축대를 쌓는 바람에 본래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수곤 / 서울시립대 교수]
"석축 공사한거죠. 문화재 공사한 게 아니고요."
심지어 틈새를 메운다며 시멘트를 발라놓기까지 했습니다.
[이수곤 / 서울시립대 교수]
"기와장에 땜질하는 식으로 해놓은 거예요. 너무 티가 나게… "
문화 선진국들은 문화재의 원형 보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대화재로 18세기 때 지어진 고문서 도서관이 대부분 소실된 프랑스.
복원 연구에만 1년을 투자했고, 오는 2023년 완성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중입니다.
[아리안 드라 샤펠 / 루브르박물관 보존복원연구소장]
"문화재 수리·보존의 기본 원칙은 원형을 지키는 것이고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중국도 40여년 전에 발견된 진시황릉의 복원과 추가 발굴 작업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건무 / 전 문화재청장]
"세계 문화유산 같은 거 빨리 등재하기 위해서 좀 서두르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선 가장 적합하고 최선의 방책이다 이렇게 결론이 났을 때 하는 게 제일 좋죠."
문화재를 복원하는 게 아니라 새로 만든다는 조롱까지 받고 있는 문화 후진국의 오명을 하루 빨리 벗어던져야 할 때입니다.
채널A 뉴스 김도형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연출 : 김남준
글구성 :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 김승훈
하지만 정작 우리가 하는 우리 문화재의 복원과 보존은 고개를 들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김도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의철 / 서울 용산경찰서 수사관(2014년)]
"화학 안료나 화학 접착제를 사용을 해서 단청 공사를 했던 거구요"
[김상문 / 감사원 과장(2014년)]
"부실복구를 초래한 관련자 5명에 대해서 징계 요구를 하였고…"
"국보 1호인 숭례문입니다.
지난 2008년 화재 이후 전통적인 단청 대신 화학 재료 사용하면서 제대로 된 복원이냐는 논란을 빚었는데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문화유산이 원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조선의 3대 시가 시인인 고산 윤선도의 고택.
전라남도 해남에 있는 녹우당입니다.
전시관에는 고산과 후손들이 남긴 4600여 점의 유물이 소장돼 있습니다.
그 중 걸작 중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미인도'
36년 전 녹우당에서 우연히 발견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윤형식 씨 / 고산 윤선도 종손]
"군청직원이 그날 나와서 쓸어서 버리는 것을 내가 갖고 오라고 해서 그 놈을 벌려보니까 미인도여."
처음 발견될 때는 곳곳에 얼룩이 지고 주름 투성이였던 그림, 그런데, 지금은 얼룩과 주름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무슨 비밀이 숨어있는걸까?
이 미인도는 20년 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한국관 개관 기념 전시회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그런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측은 그림 상태가 좋지 않다며 여백 부분의 종이를 바꿨습니다.
[윤형식 씨 / 고산 윤선도 종손]
"아베라는 사람이 일본 사람인데, 표구를 하는 사람이에요. 우리 미인도도 표구를 그 분이 하시고…"
박물관 측이 작성한 수리 보고섭니다.
종이를 교체한 뒤 측정한 작품 크기는 가로 58 센티미터에, 세로 129.5cm.
원래 크기보다 높이와 폭이 훨씬 커졌습니다.
[이태호 / 명지대 초빙교수]
"배경 종이가 바뀐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좋은 상태로 이렇게 개선을 하긴 했는데요. 신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는 그림이에요."
우리 전통 한지 대신, 일본식으로 복원된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서정철 / 고궁한지 대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복원용 한지 납품)]
"사용한 소재가 우리나라 한지라면 당연히 복원하는 것도 한지를 사용해야 되고… "
우리 문화재청은 미인도가 수리를 받았다는 기록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기자가 재차 확인하자, 더 나은 모습으로 전시하기 위해 보존 처리를 했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경북 고령 장기리의 암각화.
청동기 시대 생활상과 신앙을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돼 보물 605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에는 거대한 쇠기둥이 박혀 있습니다.
쇠기둥을 세우려고 바위를 깎아낸 흔적도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고령군청은 햇빛과 눈비로부터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지붕을 만들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수곤 / 서울시립대 교수]
"문화재 보존하는 게 아니고요. 일반 토목 건축 공사하는 거 같아요. 문화재 위원들이 이걸 과연 봤는지..."
경북 영주의 마애여래삼존상과 여래 좌상.
통일 신라 시대의 유물로 역시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2003년 산사태가 발생하자 당국이 외부에서 가져온 돌로 축대를 쌓는 바람에 본래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수곤 / 서울시립대 교수]
"석축 공사한거죠. 문화재 공사한 게 아니고요."
심지어 틈새를 메운다며 시멘트를 발라놓기까지 했습니다.
[이수곤 / 서울시립대 교수]
"기와장에 땜질하는 식으로 해놓은 거예요. 너무 티가 나게… "
문화 선진국들은 문화재의 원형 보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대화재로 18세기 때 지어진 고문서 도서관이 대부분 소실된 프랑스.
복원 연구에만 1년을 투자했고, 오는 2023년 완성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중입니다.
[아리안 드라 샤펠 / 루브르박물관 보존복원연구소장]
"문화재 수리·보존의 기본 원칙은 원형을 지키는 것이고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중국도 40여년 전에 발견된 진시황릉의 복원과 추가 발굴 작업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건무 / 전 문화재청장]
"세계 문화유산 같은 거 빨리 등재하기 위해서 좀 서두르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선 가장 적합하고 최선의 방책이다 이렇게 결론이 났을 때 하는 게 제일 좋죠."
문화재를 복원하는 게 아니라 새로 만든다는 조롱까지 받고 있는 문화 후진국의 오명을 하루 빨리 벗어던져야 할 때입니다.
채널A 뉴스 김도형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연출 : 김남준
글구성 :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 김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