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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맞으러 가는데 기분 어때?”…잔혹한 학폭
2021-03-16 19:35 사회

최근 '학폭 미투'가 이어지며, 학교폭력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권투연습을 빙자한 폭행을 당한 고등학생이 의식불명이 된 사건이 있습니다.

채널A가 사건 공소장을 입수했는데, 가해 학생들의 행동은 단순한 권투연습이라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다시간다 우현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환자복을 입은 고교생이 부축을 받으며 걷기 재활 훈련을 합니다.

간신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지만, 도움 없인 제대로 서 있기 조차 힘듭니다.

[피해학생 엄마]
"혼자 서 있으면 강직 때문에 서 있지 못하는…바르르 떨거든요. 본인은 다리를 들어서 걷는다고 느끼는데 다리를 질질 끌고 있거든요."

이 남학생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인천 영종도 아파트 체육시설에서 동급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A군입니다.

가해 학생들은 권투 연습을 하겠다며, A군 머리에 권투 보호장구를 씌운 뒤 2시간 넘게 때렸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을땐 의식불명과 사지마비 상태였고, 지금은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피해학생 엄마]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발음부터 다 이상한 거죠. 어눌하게 말하고. 남자분이 다가와서 머리라도 쓰다듬으려고 하면 눈을 질끈 감아요."

채널A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가해학생들은 범행을 사전에 모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군이 '컵라면' 같이 훔치자는 등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하자, 때리기로 한 겁니다.

[피해 학생 엄마]
"새벽에 운동하라고 나오라고 한 다음에 막 때리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저희 아이가 나가지 않았던 거죠."

가해 학생들은 "내일 2시까지 자지 말고 있어야 한다. A군 패려면"이란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사건 당일엔 A군에게 "너 오늘 맞으러 가는 건데 기분 어때?"라며 협박했고, 체육 시설로 데리고 가, 2시간 넘게 폭행했습니다.

제발 그만하라는 피해자의 애원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리곤 태연히 피해 학생 엄마에게 연락했습니다.

[피해 학생 엄마]
"자는 것 같다고? 그냥 쓰러졌는데 '일어나지 않아요' 이렇게 말해서…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던 거예요."

교육당국은 사건 1달 후, 가해 학생 2명에겐 퇴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가해 학생들의 폭력은 이게 처음이 아니였습니다.

그보다 2달전인 9월에도 다른 집단 폭행 건으로 전학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학생]
"복부 맞은 걸로 아는데, 팔로 이렇게 때리고"

하지만, 가해자 측에서 재심 청구를 해 전학 처분이 정지된 상황에서 A군에게 또다시 폭력을 휘두른 것입니다.

[조일육 / 인천시교육청 장학사]
"(해당)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도 (가해) 아이들 거의 한 번씩 불러서 아이들 상황을 묻고 답하는 시간이 있었던 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학교에서는 노력을 많이 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처벌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가해자들은 모두 중상해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는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재판 과정에선 당시 가해자들이 라이터에 스프레이를 뿌려 화염으로 위협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가해학생 아빠]
"얘기할 게 있겠습니까. (사과는 하셨어요?) 하고 있습니다. 사과는"

미성년자들의 중대 범죄에 대해선, 성인에게 처럼 엄하게 처벌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습니다.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PD : 윤순용
작가 : 김예솔
그래픽 : 박정재 김주현
자료출처 : 김도읍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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