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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서 후회하지 마”…‘의인’ 이수현 이어갈 1059명의 장학생들
2022-01-26 17:23 국제

 신오쿠보역 인근 K스테이지에서 열린 고 이수현 씨 추모 문화제(박용준 촬영)

지금은 한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신오쿠보역. 오늘도 이 역은 매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21년 전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은 이들도 있습니다. 지난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 16분쯤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 이수현 씨의 기일을 추모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시 26살인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선로 아래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발견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21년이 흐른 지금 채널A 취재진이 이 씨가 다녔던 어학교를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당시 이 씨와 비슷한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와 취업 준비 중인 28살 김종우 씨를 만났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이 씨의 뜻을 기린 LSH 장학회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호명 됐던 1059번째 장학생입니다.

LSH 장학회는 2001년부터 작년 11월까지 김 씨를 포함해 중국, 스리랑카, 미얀마 등 61명 학생에게 장학금 수여했고 총 1059명을 지원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사고는 자신이 초등학생 때 발생했지만 일본에서 아주 용감한 한국인이었던 이 씨를 기억하며, "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과연 몸이 먼저 움직였을까"라며 반문했습니다. 그래도 김 씨는 "그가 개인 홈페이지에 남긴 마지막 말처럼 뒤돌아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밝혔습니다.

 1059번째 LSH 장학생 김종우 씨. 한일 관계를 위해 일본 취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박용준 촬영)

장학금으로 받은 10만 엔으로 취업을 위한 정장을 샀다는 김 씨는 코로나 상황에서 쉽지 않지만 일본 취업을 결심했고 이력서의 맨 마지막 칸에는 "한일 관계를 잇는 다리, 쓸모 있는 인재가 되고 싶다"고 적는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오늘 낮 2시부터 신오쿠보역 주변에서 열린 고 이수현 씨의 '신오쿠보역 전락사고 추도문화제'에도 자원봉사자로도 참석했습니다.

매년 기일 때마다 도쿄 신오쿠보역을 찾던 어머니 신윤찬 씨는 코로나로 2년째 일본에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신 씨는 채널A와의 통화에서 "장학금 수여식 때 손잡았던 아들들이 기억난다"면서 "코로나 상황과 공부로 힘들겠지만 좌절하지 않고 자기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꾸준히 후원해주는 일본 시민들에게도 감사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수현 씨의 이야기를 담아 '1월의 햇살'이란 책을 펴낸 친구 장현정 씨는 채널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수현이의 이야기를 전해줬던 일본인들이 특별한 해에만 기억할 게 아니라 매년 '이수현의 정신'을 기억하자고 말한 게 가장 기억 남는다"면서 "그의 행동이 한줄기 햇살처럼 우리 마음을 녹이고 싹 트게 한 것처럼 코로나, 한일 관계 악화 등 어려운 상황도 이겨내는 정신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도 전했습니다.

 신오쿠보역 감사패 아래서 헌화하는 오다가와상. 악화된 한일 관계에 '이수현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박용준 촬영)

올해 신오쿠보역에서 열린 헌화식에는 강창일 일본 주재 한국대사와 아라이 토키요시 아카몬카이 일본어학교 이사장 등이 참석했고 이후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이 씨의 넋을 기렸습니다. 헌화에 참여한 오다가와 코 와세다대학 한일미래구축포럼 성신교류 대표는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더욱 '이수현의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설명-신오쿠보역 감사패 아래서 헌화하는 일본 시민.(박용준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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